[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최근 댐관리 부실 등으로
물관리체계 개선 여론에 
국회서도 법 개정 움직임

농업용수 포함 등 우려
농업계 협의체 구성 제안


최근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 하류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하며 물 관리체계의 개선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댐 관리는 환경부, 하천 관리는 국토부로 나눠져 있는 현행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개정 움직임이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무리한 물 관리 일원화 추진보다는 부처별 전문성을 살리는 업무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농업계에서 나온다.

현행 물 관리 업무체계는 다목적댐과 용수전용댐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전력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하천 관리는 국토교통부, 전국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지자체가 각각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물 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국토부의 수량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했고, 2018년 9월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해 물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내년 6월까지 수립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침수 피해가 하천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하자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환경부가 앞선 20대 국회에서 물 관리 일원화 대상에서 빠졌던 하천 관리 부문을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일원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데 이어 국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이 나오며 통합 물 관리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8월 25일 “완전한 물 관리를 통한 홍수방지 3법(정부조직법·하천법·댐건설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면서 “댐 관리는 환경부, 하천관리는 국토부로 나눠져 있는 현행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법과 하천법 등을 개정해 하천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의원은 “2018년 6월 물관리 일원화가 추진되었지만, 하천관리 업무는 통합되지 않았다. 실제 환경부 소속 홍수통제소에서 댐의 방류를 승인할 때의 시나리오는 국토부의 하천 제방 정보를 세세하게 고려하지 않고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제방 붕괴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이번 침수 피해는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 의사결정 체계의 문제점이 구조적인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하천법과 댐건설법 개정을 통해 홍수예방을 위한 노력과 하천 정비 보강 의무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부 중심의 물 관리 일원화 추진에 대해 농업계에서는 우려가 있다. 전문성과 행정 역량 문제 등으로 홍수 관리 역량이 기대만큼 발휘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부처 간 업무협의체 구성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현재 하천 관리 소관은 국토부(국가하천, 지방하천)와 행정안전부(소하천)로 이원화돼 있다. 국토부는 10년마다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해 145개 권역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천 관리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할 경우 관련 데이터, 전문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전문성 및 행정 능력 저하로 홍수 관리 능력이 더욱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범진 실장은 “자연·생태 환경 보전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나 자연재해 발생 빈도 및 강도 증가로 인명·재산 피해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기보다는 부처별 전문성을 살려 업무를 분담하고, 업무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업계에서는 통합 물 관리 추진 과정에서 환경부의 물 관리 대상에 농업용수가 포함될 경우에 대해 이전부터 우려를 피력해 왔다. 환경부가 수량 관리보다 수질 관리에 정책 무게중심을 둘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농업용수 관리가 후순위에 밀려 농업용수 공급 차질 등의 문제가 생길 것으로 농업계는 보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댐 건설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내용 중 농업용 댐을 환경부의 관리 대상에 포함한 것을 두고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당 법안은 논란만 키운 채 처리되지 못했다. 

농업계에선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도하는 ‘물 관리 일원화’ 논의가 농업 부문의 여론 수렴 없이 일방 추진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 제1기 위원은 총 39명(당연직 19명, 위촉직 20명)으로, 당연직 위원인 부처(농식품부·해수부·산림청) 및 기관(한국농어촌공사) 인사들 외에 민간위원 중 농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할 인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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