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최근 국내 최대 공영 농산물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시끄럽다. 경매 호창이 울리고, 많은 유통인들이 오가는 거래 현장이라 그럴 수 있지만 시끄러움의 진원지는 그곳이 아니다. 

최근 가락시장 경매사들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청과부류 전체 경매사들의 서명이 들어간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시공사가 9월부터 경매시 응찰자를 가리는 ‘경매 진행 방법 전환’에 강력 반발하며 전체 경매사 의견을 모은 것이다. 경매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35년 시장 역사를 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에선 거래 선을 늘리려는 선의의 중도매인 거래를 막으며, 경쟁 시스템을 무너트리는 소위 중도매인 간 카르텔도 만연해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올해처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빈번해 반입 물량 변동이 심한 때 중도매인 카르텔은 물량 분산에 암적인 존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얼마 전엔 4년 전 불법전대로 행정처분을 받았던 중도매인이 재적발 되기도 했다. 

경매 시 응찰자를 가리는 것과 관련해선 서울시공사와 경매사 입장이 확연히 나뉜다. 다만 이런 견해차는 차치하고서라도 서울시공사가 왜 하필 9월에 새로운 제도 시행 계획을 세웠느냐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9월이 어떤 달인가. 9월은 연중 가장 많은 물량이 들어오는 추석 대목장이 들어선 달이다. 

왜 물량 빼내기에도 빠듯한 대목 달에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 했는지, 그것도 시범사업도 안 했고 다른 시장에서 선례도 없었던 걸 굳이 ‘성수기 전국에서 물량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도매시장’에서 먼저 시행하려 하는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보면 “경매장은 와봤느냐”는 경매사들의 외침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려온다. 

또한 서울시공사가 응찰자 가리기 취지로 밝힌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의 조속한 추진 주문도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시 시장관리위원회에 참석한 인사들에 따르면 오히려 응찰자 가리기를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불법전대 건도 물음표가 붙는다. 서울시공사는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한 번 불법전대로 걸려도 허가가 취소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 불법전대 규정은 1년에 두 번 전대에 적발돼야 허가가 취소돼 사실상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아니다. 1년에 두 번 적발돼야 한다는, 대부분이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규정은 건드리지 않고 ‘원스트라이크 아웃’만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도매인 간 카르텔과 관련 ‘사적 모임이라 제재할 수 없다’고 서울시공사가 내놓은 답변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는 엄연히 시장 경쟁 체제를 가로막는 농안법 위반 행위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시하고,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몇몇에 의해서만 제기됐던 경매사와 중도매인 간 담합 의혹에 기대, 응찰자 가리기 건은 빠르게 추진하는 서울시공사에 유통인들은 묻는다. 서울시공사 사업의 논란이나 장단을 떠나 서울시공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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