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원예농업 1번지 ‘쑥대밭’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수해를 당한 김병관 씨는 하우스의 완전복구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내년 농사까지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침수 뒤 폭염·코로나 재확산에
인력 지원 태부족, 작업 더뎌

출수기 논에 물도 댈 수 없고
병해충 심해도 지켜볼 뿐
“침수 농기계 수리부터 해줘야”

8월 8일 일어난 섬진강 제방 붕괴로 전북 남원시 수해 현장은 침수 피해에 이어 폭염과 코로나19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침수지역 전국 뉴스로 떠오른 이곳은 최근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선포될 정도로 그 피해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수해 14일째인 지난 21일,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남원시 금지면 신월리 김병관(52) 씨를 침수 농장에서 만나, 당시 상황과 앞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 등에 대해 들었다.

김씨는 “지금도 힘들고 어렵지만 내년 농사가 더 큰 걱정입니다. 이곳은 멜론·딸기·감자·엽채류 등 남원 원예농업 1번지인데 이번 침수로 반파와 함께 완파된 비닐하우스가 상당합니다. 행정과 의회에서는 손을 맞잡고 하루빨리 추경예산을 확보해 농가들이 원하는 점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섬진강 다목적댐 방류 조절 실패가 주택과 농경지 등에 더욱 큰 피해를 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방이 밤이 아닌 낮에 터져, 인명피해 1명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천운”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씨의 주택도 침수됐다. 가전제품, 가재도구, 옷도 모두 못쓰게 됐다. 집도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곳곳에 벽이 갈라졌다. 침수 당시 4일간 남원시내 처가에서 생활했다. 현재 침수된 집 앞 간이작업장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붕괴된 제방과 700여 미터 떨어진 농장도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성인키 정도인 180cm 정도 높이로 비닐하우스 포도(1300평), 하우스 왕대추(1400평), 친환경엽채류 하우스(2400평), 벼(7ha) 등이 모두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런 유례없는 수해 피해를 입은 제방 붕괴 14일째인 8월 21일 김 씨의 침수 피해 비닐하우스를 비롯한 이 지역 일대의 하우스 복구는 한발도 나가지 못한 ‘복구전무’ 상태라고 김 씨는 주장했다. 침수 뒤 폭염에 이어 코로나19도 큰 복병이 복구를 짓누르고 있다.

김 씨는 “완파된 비닐하우스는 시골 고령화로 철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금까지 자원봉사자, 군부대 등의 인력 지원이 있었는데 최근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지자체는 자체 인력으로 복구 할 계획이어서 복구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침수 이후 34∼35℃의 폭염이 맹위를 떨쳐 복구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 가버리는 바람에 그만큼 복구 진척이 더디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김 씨는 “현재 침수된 이곳 벼는 출수기를 맞아 물을 공급해줘야 할 시점인데 폭우로 용·배수로 등이 기능을 하지 못해 논에 물을 댈 수가 없을 뿐 아닐 벼 병해충도 심해 농약 살포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앞으로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침수 피해는 농기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 모든 농기계가 침수되어 현재 한창 무와 배추를 심기 위한 밭갈이 작업을 해야 하나, 온전한 농기계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농기계 제조사와 농협, 행정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침수된 농기계의 수리를 신속히 실시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김병관 씨는 “이번 섬진강 제방 붕괴로 하류에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섬진강 유역 제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남원원예농업 1번지인 이곳 침수지역이 하루빨리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의회, 주민 등이 힘을 모아,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원=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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