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54일이 넘는 긴 장마가 끝나자 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농산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소비자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줄어든 수확량보다는 순간적으로 오르는 농산물 가격이 마치 농업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듯한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모든 산업에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어 그에 맞는 가격 정책을 선택한다. 여행을 가장 많이 다니는 여름에는 관광지 호텔과 리조트 펜션 등 숙박시설의 방값은 비수기보다 300% 정도 급등한다. 실제로 동해 H호텔은 평소에 5만 원 정도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16만5000원을 받는다. 항공료도 마찬가지로 성수기 요금은 비수기에 비해 2∼3배 비싸다. 심지어는 인기 있는 연예인들의 콘서트 티켓도 프리미엄이 붙어 2∼4배 비싸게 거래된다.

세상에 농업만큼 순간적인 공급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산업은 없을 것이다. 폭염과 폭우, 가뭄, 병해충, 태풍, 일조량, 저온피해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자연환경과 싸우며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격이 비싸다고 농업인들이 돈은 버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1만2000㎡에서 배추 5톤 트럭 12대를 생산해야 정상인데 지금은 6대 정도 그치고 있어 가격이 조금 올라도 전체 소득은 감소한다.

환경이 악화되면 방제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는 평소보다 30∼40% 증가한다. 지금의 상황은 생산자인 농업인과 소비자가 모두가 힘든 시기다.

농업인들은 최근 기후 변화로 여름철 폭염과 폭우, 가뭄이 자주 나타나는 현실을 반영해 농산물의 계절적 가격 변동을 인정해야 하며, 정부와 언론 등도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변수에 대한 올바르게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을 물가 인상 주범으로 몰고 가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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