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GMO반대전국행동과 농민의길은 지난 5월 19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2020 몬산토반대시민행진 GMO OUT!’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와 21대 국회에 GMO 완전표시제 시행, GM감자 수입절차철회, 국내 자생 GMO 발생원인 규명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김흥진 기자

민원 편의·효율성 제고 명목
식약처, 고시 개정 행정예고

“GMO 표시제도 후퇴
국민 건강권 침해” 
소비자단체·전문가 반발

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의도
수 개월째 진척 없는데다
제도 완화까지 ‘불난데 부채질’


유전자변형(GM)미생물로 만든 식품첨가물의 안전성 심사가 생략될 방침이어서 소비자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행정 효율성 및 민원 편의 제고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 식품과 달리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안전성 절차는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이 같은 제도 완화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당초 올 3월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던 ‘원료기반의 GMO표시제도를 위한 사회적 협의회’도 수개월째 진척이 없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달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 달 25일까지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미리 승인된 GM미생물을 이용해 식품첨가물을 제조하는 경우 GMO 안전성 심사를 생략하는 것이다. 

GM미생물을 이용한 식품첨가물은 주로 단맛을 내는 당류로 국내에 수입 승인된 GM미생물은 말토게아밀라아제, 리보플라빈 등 약 18개 제품이 있고, 승인된 국산 GM미생물은 씨제이제일제당의 스위트리 타가토스와 알룰로스 등 2가지 제품이 있다.

“GMO첨가물 안전성 검사 시 민원 편의 및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심사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식약처는 개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소비자단체는 GMO를 둘러싼 제도가 후퇴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은 "미리 승인된 GM미생물이라고 해도, GM미생물로 식품첨가물을 제조했을 땐 별도로 GM식품첨가물에 대한 GMO 안전성 검사를 해야 한다. GM미생물이 안전성 검사를 거쳤다고 해서 GM식품첨가물은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며 "GMO 특성상 모든 절차는 공고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도 국내에서 GMO 표시를 거의 찾아보기 힘는 현실도 지적됐다. GMO반대전국행동에 따르면 4년 전 식약처가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통해 ‘최종 제품에 GMO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신설해 국내에서 제조된 대부분 가공식품이나 식품 첨가물은 GMO 표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GMO 완전표시제 도입 요구가 나왔던 것.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은 "GMO 표시제도는 GMO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GM미생물로 만든 식품은 표시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GM미생물로 만든 식품에 대해 GMO 안전성 심사마저 생략한다는 건 어떻게든 GMO 표시의 맹점을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더군다나 식약처에서 GMO 표시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협의회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수개월째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정예고를 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GMO반대전국행동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식약처에 의견을 제출하고, ‘원료기반의 GMO표시제도를 위한 사회적 협의회’가 다시 진행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홍수 소비자주권시민모임 팀장은 “국내에서 GMO를 직접 섭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입된 GM콩이나 옥수수는 직접 섭취하기보단 대부분 식품회사를 통해 가공된 된장, 간장, 식용유, 당류로 섭취한다”면서 “식품첨가물도 결국 식품인데, GM미생물이 안전성 심사를 받아 승인을 받았다고 이걸로 만든 식품첨가물은 안전성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건 GMO를 아예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GM미생물로 식품첨가물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GM미생물에 대한 안전성 심사 단계인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심사이고, 두 번째 단계는 GM미생물로 만든 식품첨가물에 대한 GMO 심사다. 이번 개정안에서 LMO 심사는 유지되고, GMO 심사만 생략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기술에 의한 산업이 발전되면서 이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이 두 단계에서 제출되는 자료가 90% 이상 일치해 자료 제출이 중복이 돼서, 행정과 민원 효율성을 위한 취지이며 안전성 심사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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