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주현주 기자]

냉해·장마로 국산 수급 힘든데
수입산 원료 소비 늘어날 우려
산지·국내산 사용 업체 ‘박탈감’

지난해 대비 수입량 늘었는데
코로나 탓 원료 수급 어렵다는 
식약처 개정 이유도 납득 안돼


“수입 원료를 쓰고 싶은 유혹이 더 생기네요.”

제조(생산)국이 상이한 수입 신선식품의 검사제도 기준을 완화한 식약처의 조건부 수입검사 제도 확대는 가뜩이나 봄철 냉해와 여름철 긴 장마로 원료 생산과 수급에 힘들어하는 산지와 국내산 원료 활용 식품업체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다. 이들은 현재도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는 수입산 원료 업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식약처가 이번 제도 변경과 관련한 예시로 들었던 품목이자 두부, 장류 등 식품의 주원료가 되는 콩 산지에선 수입 콩 사용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또한 우회 수입을 통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수입콩은 여러 국가에서 안전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GMO(유전자변형)콩이 널려 있고, 우회 경로를 통한 수입도 빈번하다”며 “검사 기준은 완화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이어져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는 등 올해 산지에선 어려움이 유독 가중되고 있고, 정부의 타작물 재배 정책 등으로 콩 재배면적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산 콩 원료를 식품업체들이 더 활용할 수 있는 정책과 관련 사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활용하는 전통식품업체들도 답답한 마음이다. 이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품질이 보증되는 국내산 원료를 활용하지만, 한편에선 저렴한 수입 원료 유혹을 수시로 받고 있다. 국내산 원료 수급에 대한 정책은 뒤따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 원료 활용 제도는 더 느슨해지는 것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크다.

익명의 한 전통식품 업체 대표는 “수시로 수입 원료에 대한 유혹이 생긴다. 더욱이 올해처럼 작황이 좋지 못해 원료 수급이 어려울 때는 이런 유혹이 더 커진다”며 “국내 원료에 대한 정책은 나오지 않고, 이렇게 수입 원료 사용 기준만 완화해주는 정부 정책을 보니 씁쓸하다”고 전했다.

들기름과 참기름 등 기름류를 가공하는 이광범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장은 “수입 원료가 국내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수입 원료에 대한 검사는 더 철저히 해야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며 “들기름과 참기름도 다양한 나라의 깨를 원료로 하는 수입산이 넘쳐나는 데 수입 기름이 문제 생기면 국내산 기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이번 제도 개정을 하며 내세운 수입산 신선식품 원료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국내외에서 본격 점화됐던 2~7월 농산물 수입 물량은 779만2100톤으로 지난해 778만5476톤보다 많다. 최근인 6~7월 수입량도 각각 지난해 같은 달보다 더 많이 들어왔다.

이번 조치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원료를 쓰는 곳은 유통 거래가 짧아 물류적으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수입 원료 같은 경우엔 코로나19로 해외에서 배가 들어오기 힘든 부분이 있고 식품업체들이 이런 우려를 제기해 이번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며 “수입업체들이 ‘조건부 수입검사 제도’를 활용해 좀 더 신선한 상태에서 원료를 공급하도록 하는 게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욱·주현주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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