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닭고기자조금이 지난 18일 선거를 진행하고 조건택 신임 관리위원장(사진 가운데)을 포함해 대의원회 의장 및 부의장, 감사를 선출했다.

작년부터 이어온 내부 갈등에
7월까지 거출 ‘1205만4577원’
납부 고지액의 0.7% 수준 불과

정상화 바라는 회원 기대 속
조건택 위원장 포함 집행부 선출
계열업체와 문제 해결 등 과제


1205만4577원.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 31일까지 거출한 2020년 닭고기자조금 조성액이다. 닭고기자조금 폐지 서명부 제출, 자조금 위원장 해임안 상정 등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내부 갈등 속에 자조금 거출이 저조한 것은 물론, 9월을 목전에 두고도 제대로 된 사업조차 진행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닭고기자조금을 새롭게 이끌어갈 신임 집행부 선출이 지난 18일 이뤄졌다. 이번 선거가 과연 닭고기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변곡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지는 내부 갈등=지난 7월까지 닭고기자조금 납부 대상자들에게 거출 해야 했던 자조금 총액은 16억6862만424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납부 고지액의 0.7%인 1205만4577원을 자조금으로 조성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정상적인 닭고기자조금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거출률 확대 등 자조금 납부 대상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 상태다.

그러나 자조금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자조금 참여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가 자조금 폐지 서명부를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닭고기자조금 위원장 해임안이 의결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어 왔는데, 얼마 전에는 자조금 참여 단체인 한국육계협회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진행한 회의에서 닭고기자조금 참여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이달에는 농가협의회와 육계협회, 계열업체들이 함께 ‘의무자조금 폐지 확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장을 법원에 접수하기도 했다.

이같이 내부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 닭고기자조금 운영이 정상화되기보다는 진통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임 위원장 선출, 해법 되나=닭고기자조금 정상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신임 관리위원장을 포함한 새로운 집행부 선출이다. 선거가 그간의 갈등을 종식할 수 있는 분위기 환기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기대 속에 지난 18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진행한 선거에서 조건택 대의원이 ‘제5대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전체 대의원 69명 중 4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조건택 대의원이 30표를 얻어 12표를 득표한 심순택 후보를 제쳤다.

하지만 새로운 관리위원장이 선출됐다고 해도 어지러운 상황이 단기간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임 위원장의 큰 결단 없이는 계열업체와 농가협의회를 다시 자조금으로 끌어안기 어려운데, 신임 조건택 위원장이 선거 직후 계열업체에 휘둘리는 모습을 더이상 보이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계열업체와 만나 자조금 참여 독려를 하겠지만 계열업체에 휘둘리지는 않겠다”라며 “먼저 계열업체와 얽혀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에 나서고, 해결이 안 된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조건택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시도는 계열업체 참여 없이 계란자조금처럼 농가들에게 자조금을 직접 거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단 현 방식 그대로 자조금 거출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되, 여의치 않으면 농가 직접 거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계열업체가 자조금 거출에 참여하지 않아 자조금 조성 규모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급조절이나 닭고기 소비 확대 광고 등에 사용하던 예산을 줄여 농가에 직접적인 보탬을 줄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자조금 사업 방향에 변화를 준다는 생각이다.

조건택 위원장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자조금 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열업체 없이도 자조금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내보여 양측의 힘겨루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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