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지역 재료 반찬 나눔…영양 챙기고, 농산물 소비 확대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두레박협동조합이 지역 내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음식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강좌를 열고 있다. 사진은 한국음식문화 체험강좌에서 김미선 두레박협동조합 대표(왼쪽 네 번째)와 남도음식명인 천수봉 씨(왼쪽 세 번째)가 ‘골무떡’을 만드는 방법과 재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결식이나 즉석식품 섭취 많은
아이들·어르신에 ‘좋은 먹거리’
도시락 배달하며 상태 살피고
문제 발견 땐 기관 등 즉시 알려

이주여성 위한 한국음식 강좌
향토음식 가공식품 개발도
“비즈니스 모델 통해 나눔 실천”


로컬푸드가 확산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고, 농의 가치,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려나가는 지역 단위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것.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부터 이러한 사례를 발굴, 지원하며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경제모델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에 본보는 '2020년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로 선정된 곳을 찾아 그들의 활동과 지역 사회 변화를 살펴본다.

전남 나주시에 있는 두레박협동조합은 2014년 활동가 10여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곳으로, 가정식 꾸러미 반찬 배달, 단체위탁급식, 향토음식 가공사업 등을 하며, 관내 결식아동이나 노인들을 위한 급식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향토음식과 로컬푸드를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두레박협동조합 김미선 대표는 “나눔과 배려, 상생의 가치를 공유하는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며 “지역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중 하나가 취약계층 반찬 나눔 사업. 두레박협동조합은 현재 관내 지역아동센터·결식아동센터와 연계해 결식아동을 대상으로 한 반찬 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재료는 나주시로컬푸드지원센터로부터 공급 받는다.

김미선 대표는 "취약계층 아이들은 끼니를 거르거나 즉석식품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로컬푸드를 통해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지역 농산물 소비도 늘린다는 생각에 반찬 나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때가 있다. 더 좋은 먹거리를 주기 위해 원가 계산은 뒤로 미루는 것. "아오리 사과가 올해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 너무 비쌌다. 아이들에게 먹이고는 싶어 망설여졌지만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 구입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사업이 지역사회를 지탱한다고 생각한다. 김미선 대표는 "직원들이 도시락 배달을 나가면 아이들의 손톱은 길었는지, 안색은 어떤지를 살피고,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해당 센터나 기관에 알린다"며 "어떨 땐 도시락을 받은 어르신들이 상추나 감자를 주섬주섬 싸주시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도시락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두레박협동조합은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 음식문화 문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이주여성은 늘어나는데, 지역 음식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나주시다문화지원센터의 협조를 받아 교육 대상자를 선발하고, 월 2회씩 음식문화 체험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남도음식명인으로 지정된 천수봉 명인이 맡고 있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남도지역의 음식문화를 전하면서 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주여성이 우리나라에서 잘 적응하도록 하려면 한국 음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한국 음식문화 체험 강좌를 마련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남도음식명인이 직접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두레박협동조합은 나주곰탕 등 향토음식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려 하고 있다. 한때 출자금이 잠식될 정도로 어려운 때가 있었지만, 나눔과 상생이라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김미선 대표의 믿음이 두레박협동조합을 지금에 이르게 한 힘이다.

김미선 대표는 “반찬 나눔을 통한 사회공헌과 함께 취약계층을 고용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원가 계산하지 말고 지역 먹거리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면 직원 월급만 줘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은 사업체가 성장단계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를 모델 삼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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