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비 피해로 침수된 강원도 철원의 한 인삼밭 모습.

수해로 9월 수확기 전 조기 수확
3~4년근 시장에 쏟아져 ‘헐값’
2년근은 인건비도 안 나와 폐기
인삼 자조금 활용 지원 등 분주


긴 장마와 폭우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삼 농가 피해도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에 잠겼던 인삼은 뿌리가 썩기 때문에 덜 자란 인삼을 울며 겨자 먹기로 캐내고 있는 상태로, 2년근 인삼은 인건비가 더 들어 아예 뽑지도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지자체를 통해 피해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인삼 등 특작 품목 피해 규모는 698ha. 특히 9월 인삼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폭우와 장마 피해로 조기 수확한 저년근(3~4년) 인삼이 시중에 쏟아질 것으로 전망돼 인삼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목소리다.

강원도 철원에서 6년근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임연재(49) 씨는 “철원지역에서만 인삼밭 약 8만평(26ha)이 물에 잠겼는데, 이 중 계약재배 6만평, 비 계약재배 2만평 정도다”고 현 피해 상황을 전하면서 “인삼은 3시간 이상 침수가 되면 뿌리가 썩기 때문에 인삼 농가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캘 예정이었던 2~5년근 삼을 어쩔 수 없이 전부 캐야 하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임 씨는 “실제 2~5년 정도 자란 저년근 인삼이 현재 금산 시장에 쏟아져 헐값에 팔리고 있는데, 5년근 인삼이 차당(750g) 1만~1만5000원꼴로 거래돼 지난해 가격에 절반 수준이다”면서 “물에 잠긴 인삼은 수삼으로 유통이 어려워 향후 백삼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가격 반등은 현재 나오는 출하량이 줄어드는 가을쯤에서야 회복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한 인삼 농가는 “물에 잠긴 2년근 인삼은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아 농가에서 자체 폐기하더라도 3~4년근 인삼은 한 뿌리라도 건질 수 있는 건 건져보자는 심정으로 수확하고 있다”면서 “애써 키운 인삼 대부분을 버리게 돼 막막한 농가들이 많은데, 더 안타까운 건 올해 장마 피해로 손해가 큰 농가에선 이제 인삼 농사를 아예 안 지으려고 하는 곳도 많아 인삼  생산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물 먹은 인삼은 상품성도 떨어져 홍삼으로 가공해서 판매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 같은 상황에선 저년근 인삼이 시중에 넘쳐날 것으로 예상돼 가공용으로도 판매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인삼협회는 피해 농가 지원을 위해 인삼 자조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정일 한국인삼협회 사무총장은 “올해 수급조절을 위한 자조금 예산을 비 피해 대책 쪽으로 사용할 계획이다”며 “피해 농가들의 상황이 집계된 이후 인삼 가격 보전을 위한 가공비용 지원이나 병해충 방제 지원, 차광막 설치비용 등 인삼 농가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수렴 중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판촉 행사 등 인삼 소비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박태준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물먹은 인삼의 경우 수삼 형태로 유통되긴 쉽지 않기 때문에 홍삼 등 가공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제반 비용이나 판촉 마케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며 “현재 인삼 농협과 소비 촉진 사업을 준비 중이며, 빠르면 이번 주부터 바로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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