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코로나19가 국제 식량수급과 무역에 미친 영향’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국경폐쇄·이동제한 조치로
미국·독일·프랑스 등
외국인 노동자 확보 애먹어
채소·과일 생산, 육류 가공 차질


실업률 증가로 소득감소 직면
저소득 가구 식품 소비 위축
올 세계 영양실조 인구
최대 1억3200만명 증가 전망


국내 적정수준 식량재고 확보
가능한 생산능력 확충 관건
취약계층 지원대책 수립해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일 현재 2100만 명. 이 중 사망자가 75만 명을 넘어섰다. 사스나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각각 774명, 8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가 세계 전체에 미치는 충격과 위험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국제 식량(농식품) 수급과 무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 봉쇄와 이동제한으로 많은 선진국들이 농업 노동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가하면,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소득 감소에 직면한 개도국과 빈곤·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올해 세계의 영양실조 인구가 8300만~1억3200만 명이나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8월 발간한 ‘해외곡물시장 동향’에 실린 ‘코로나19가 국제 식량수급과 무역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임송수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진단하고, “개도국과 취약계층을 구제할 수 있는 국제적 협력조치를 강화하되, 국내적으로는 국내 생산능력 확충과 적정수준의 식량 재고 확보,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수립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진국, 농업노동력 부족으로 몸살=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거의 모든 나라가 국경폐쇄나 이동제한 조치 등을 취하면서 북미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채소와 과일 생산 및 육류 가공부문에서 겪고 있는 노동력 부족 문제는 이미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외국인 단기(계절)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H-2A 제도’를 1986년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지만, 아직도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공급(주로 멕시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는 계절 농업인력과 돌봄서비스 인력, 숙련 기술자 등을 확충하기 위해 1973년 단기 외국 노동자(Temporary Foreign Workers:TFWs)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입국하는 농업부문 외국 노동자의 수는 2017년 기준 약 6만명에 이른다.

독일의 계절 단기 노동력 규모는 연간 30만명으로 대부분이 폴란드 등 동유럽 출신이다. 아스파라거스 수확 때 약 3만 명의 단기 노동력이 필요한데, 올 봄 국경폐쇄, 이동제한 등의 규제로 동유럽 노동자들을 제대로 고용하지 못해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프랑스도 딸기 수확시 단기 외국 노동자에 의존한다. 전체 수요인력 20만명 가운데 외국에서 조달하는 계절노동자 비중이 1/3에서 최대 2/3에 이른다. 온실 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도 특히 오이와 토마토 생산을 동유럽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노동력 부족에 처해 있다.

◆개도국과 빈곤·취약계층에 더 위험=개도국 소비자 혹은 저소득 가구의 경우 전체 지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증가해 소득 충격이 나타나면 식품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코로나19 정국에서 식량 가격이 전체적으로 안정된 추이를 유지하고 있어 2007~2008년 금융위기 때 가격 폭등과는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3~4월 수출국들이 앞 다퉈 선언했던 수출 제한이나 금지조치를 몇 개월 안에 종료한 것은 국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FAO는 2020/21년 세계 식량 생산량이 전년대비 2.6% 상승하고, 곡물재고율이 33%에 육박, 코로나19가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초래하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거시적으로는 안정된 식량수급 상황일지라도, 세계 인구의 8.9%에 이르는 6억 9000만명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처해 있고, 2020년 세계의 영양실조 인구가 8300만~1억3200만명이나 늘어날 것이란 예상은 지금 당장 개도국과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과 충격을 대변한다”면서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더욱 커진 위험과 취약성에 직면한 개도국과 빈곤 및 취약계층을 구제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덧붙여 “국내 조치로는 가능한 한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정 수준의 식량 재고를 확보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소비패턴의 수정 등 식량 안보와 식량 불안정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약계층이 감당해야 할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정책에 충실히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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