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경연 관측본부 관측 속보에
‘평년비 물량 6% 감소’는 무시
출하량 증가로 가격 폭락한
‘작년비 물량 18% 급감’만 초점
무 가격 하락 전망 등은 ‘묻혀’
“소비 최악으로 흘러가는 시점
소비심리 꺾는 보도 이해 안 돼”
지난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내놓은 ‘고랭지배추·무 출하 동향 및 전망’ 관측 속보가 언론을 통해 재가공되면서 일방적인 면만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생산량은 증가했고 가격은 극히 낮았던 지난해’와의 비교만 강조, 18%나 물량이 줄어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처럼 그려진 것. 그러나 관측 속보를 보면 집중호우로 물량이 줄었어도 그 폭은 평년 기준으론 6% 감소에다 9월 들어선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고, 무는 오히려 출하량 증가 속 평년보다 가격 하락도 예고했다.
농경연 관측본부의 ‘고랭지배추·무 출하 동향 및 전망’ 관측 속보 발표 후 17일 오전 현재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NAVER)에 걸린 관련 기사는 통신사와 공중파, 일간지 등 총 11개였다. 집중호우로 인한 채소 가격이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이라 관측 속보가 이례적으로 농업전문지 이외 언론에서도 이슈를 탔고, 게재된 모든 기사는 ‘작년 대비 8월 중하순 배추 출하량 18% 감소 전망’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현장에선 한쪽으로 축이 너무나 기울었던 지난해 8월을 강조해 비교하는 건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랭지배추에 저장된 노지봄배추 물량까지 많았던 지난해 8월은 출하량 증가로 배추 가격이 폭락했던 시점이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지난해 8월 배추 도매가격은 10kg 상품에 7054원으로 1만5075원이었던 2018년 8월은 물론 1만2003원이었던 평년 8월보다도 크게 낮았다.
이번 관측 속보에선 8월 중하순 출하량이 평년보단 6% 감소할 것이란 관측 결과도 함께 제시됐지만 이는 ‘작년 비 18% 감소’가 부각되며 곁가지로 그쳤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추석 성수기와 관련, 향후 병해 확산 여부가 관건이란 전제가 달렸지만 현재까진 출하될 물량의 작황이 평년작이고 출하량도 8월 중·하순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역시 부각되지 못했다.
특히 관측 속보에서 고랭지 무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역시 지난해 8월 가격이 폭락했던 무는 올해 중하순 출하량이 지난해보단 13% 감소하지만 평년과 비교해선 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8월 중하순 가격도 출하량 증가로 평년(1만5340원/20kg 상품) 대비 하락할 것이란 관측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역시 ‘고랭지 배추의 지난해 대비 18% 감소 전망’ 소식에 묻혔다.
가을배추와 무는 재배면적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 결과도 나왔다. 배추의 경우 10월부터 주 출하되는 준고랭지2기작·가을배추와 가을무 재배(의향)면적이 평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즉 이들 배추·무가 주로 쓰이는 김장용의 경우 가을 태풍 등의 변수가 없다면 평년 수준 이상의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 결과다.
고랭지채소업계 관계자는 “저번엔 아직 심지도 않은 김장 배추 가격을 걱정하더니, 이번엔 배추 가격 폭락에 신음했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하는 이해할 수 없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이 시기는 산지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굳이 코로나19 사태가 더 불거지며 소비가 최악으로 흐르고 있는 시점에 소비력을 떨어트리는 데 혈안일 필요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농경연 관측본부는 이날 ‘건고추 생육 4차 실측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고추 생육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지난해보다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병해충 중점방제와 청결 포장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농경연 관측본부는 향후 9월 양호한 기상예보와 농가의 철저한 관리로 작황 회복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