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원수 다양화·조림면적 확대…수급조절 방안 마련 시급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밀원채취 농가 국유림 출입
법률 개정 통해 허용 추진
산주-농가 간 장기계약으로
사유림 쓰고 소득분배 등 제시

이상기후·꽃 개화 상태 따라
수확량 편차 심한 벌꿀
축산물수급안정사업에 추가
비축시설·수급자금 마련을

양봉산업발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봉산업 육성법 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올해 벌꿀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약 90% 급감하면서 양봉농가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등 양봉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양봉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양봉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수급조절 방안 마련과 밀원수 확보 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원수 면적 확대 및 다양성 확보 시급=양봉농가들과 전문가들은 아까시나무에 집중된 밀원수를 다양화하고 밀원수 조림 면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황협주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산림청은 매년 약 150ha 규모로 밀원수를 식재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농가수와 비교하면 식재면적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양봉농가들은 매년 피나무꿀을 비롯한 각종 잡화꿀을 채밀하기 위해 국유림 인근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출입이 제한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밀원수 식재면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유림 내 밀원채취를 위한 농가의 출입·접근이 용이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지자체가 국유림 밀원정보 제공 및 국유림 대부를 희망하는 농가에 대한 신청을 받는 등 해법을 모색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주와 양봉농가 간 장기계약을 통해 사유림을 이용하고 벌꿀 채취 시 소득의 일정 수준을 산주에 제공하는 등 산주와 양봉농가 간 상생방안을 모색해 사유림 내에 밀원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 회장은 “예를 들어 쉬나무는 농가들이 선호하는 밀원수종인 동시에 열매는 진통과 이뇨제로 활용되고 목재는 건축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농가와 산주 모두 상생할 수 있다”며 “표준협약서를 통한 산주와 농가 간 장기계약으로 양측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다양한 수종의 식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지자체 소유의 공유림과 개인 소유 사유림에서 밀원수 조림이 확대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무주군(40ha)과 화순군(25ha), 장흥군(130ha), 양산시(30ha), 영주시(100ha), 제천시(50ha), 보령시(600ha) 등에 밀원수림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원희 산림청 산림자원과장은 “지난해 양봉협회와 한봉협회의 의견을 수렴해 25개 밀원수종을 재선정했고 조림사업 추진 시 새로 선정된 밀원수종의 우선순위에 따라 밀원수를 조림토록 했다”며 “연중 꿀을 채취할 수 있도록 월별 밀원수를 발굴해 산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수급조절 방안 마련=양봉업계에서는 이상기후나 꽃의 개화 상태에 따라 벌꿀 수확량의 편차가 심해 벌꿀을 계획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농협 수매량(농협벌꿀관련조합장협의회 9개 농협 기준)은 2017년 1만181드럼, 2018년 7042드럼, 2019년 1만4184드럼, 2020년 2500드럼(예상치)으로 매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2019년의 경우 2018년 대비 수매량이 두 배에 달하면서 벌꿀 재고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수매 농협은 보관 창고와 비축시설이 부족해 대규모 야적이 불가피했다. 벌꿀을 야적해 보관하면 품질 저하가 더 빨라진다. 이에 따라 1등급 벌꿀도 1년 후에 2등급으로 떨어져 15만원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박승수 양봉농협 과장은 “꿀벌의 질병관리가 잘 돼도 다른 변수로 인해 벌꿀 수확량의 편차가 심하다”며 “통상 적정재고량은 3000~4000드럼이고 연간 3500~4000드럼을 판매하는데 지난해 1만 드럼이 넘는 아카시아 꿀이 들어와서 재고량이 두 배가 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8년 흉작, 2019년 풍년이었고 올해는 평년작이라고 예상해 지난해 재고물량을 처분했지만 이례적인 흉년이 발생하는 등 벌꿀은 적정 재고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꿀 생산량이 많아도 유통시장의 안정을 위해 조합에서 전량수매하고 있지만 조합 입장에선 재고 관리와 자금 등에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양봉농협은 축산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축산물수급안정사업에 벌꿀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벌꿀 생산량이 많을 경우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벌꿀 드럼 보관시설과 가격안정화를 위한 수급자금 운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양봉업계는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추진할 양봉산물수급조절위원회 도입, aT 등을 통한 양봉산물의 수매·비축과 판매, 양봉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연구사업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시행 앞둔 양봉산업법
양봉농가 소득 증대 일조 기대


▲양봉산업법 시행에 대한 기대=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봉산업법)이 제정돼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양봉산업법에는 5년마다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양봉산업의 현황 등에 관한 실태조사 실시, 전문 인력 양성, 우수한 꿀벌 품종개량 보급, 지역특성을 고려한 밀원식물 확충, 양봉농가의 소득 증대와 양봉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양봉업계는 양봉산업법 제정·시행으로 기관별 업무 분담 및 예산 확보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양봉농가의 소득 증대 도모 등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승수 과장은 “이번 법이 시행되면 농가에 대한 지원 근거가 법에 담긴다”면서 “꿀은 저온시설만 잘 갖춰도 보관기간을 1~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법 시행을 통해 이런 부분에 지원을 해준다면 벌꿀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김성 농식품부 사무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근거법 제정으로 지원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양봉산업법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잠사양봉소재과에서 양봉을 담당했지만 독립적으로 양봉 연구를 시행하는 과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법 시행일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