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농산업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유기질비료 지원으로 친환경농업 확대’, ‘유기질비료 지원으로 시민에게 안전농산물 제공’

이는 매년 전국적으로 유기질비료지원사업 신청시기가 되면 중앙정부와 대다수 지자체에서 배포하고 있는 보도자료의 한결같은 제목이다. 이것은 농식품부 농식품사업지침 친환경농자재지원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의 목적에 그 근거를 둔다. 실제 농식품사업지침을 보면 ‘농림축산부산물의 자원화를 촉진하고 토양유기물 공급으로 토양환경을 보전하여 지속가능한 농업 추진’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렇다보니 비료관리법 제7조와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등의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의 근거 법령이 된다.

이렇듯 토양 유기물 공급으로 토양환경을 보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유해물질이 없고 유익한 미생물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원료로 만든 비료들을 토양에 공급해야 토양이 건강해져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해지고, 이런 농산물을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좋은 비료를 만들고 이를 농업인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것은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고, 보존함으로써 깨끗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생태환경을 추구하는 친환경농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더욱이 토양은 작물생산, 홍수방지, 생물다양성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생태계의 가치를 부여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도 실현시켜준다. 이렇다보니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이 추진된 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농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농에 필요한 자재를 지원해주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유일한 정책사업이 됐다.

하지만 유기질비료지원사업과 관련이 있는 생산·유통·관리감독 주체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과연 이들은 유기질비료지원사업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대다수의 농업인들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해주는 정책사업의 일환으로만 인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시장 장악력이나 잇속만을 챙기고, 민원이 많고 항상 시끄러운 곳으로만 치부한다. 여전히 불량·부정 제품들은 난무하고 농협과 민간업체간, 유기질비료와 부숙유기질비료업체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농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음식물쓰레기비료에 대한 경찰조사는 최종적으로 13개 업체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비료 정기 유통점검 및 품질검사에 따른 캡사이신 검사에선 35개 제품이 적발됐다.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이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제품만 팔면 그만이라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친환경농업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인식전환이 없이는 불량·부정제품의 근절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 13일에 있었던 유기질비료업체들의 최대 구심체인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선거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제5대 이사장 선출을 위한 이번 선거에서 노학진 ㈜개원산업 대표이사가 선출됐다. 노학진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부숙도 제도 개선’, ‘비료에 의한 사고대응 전담팀 설립’, ‘조합원 사업권 보호 증진’ 등의 공약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그동안 유기조합이 추구해왔던 가치, 즉 ‘농업인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친환경농업의 밑거름’,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곧게 실천해야한다.

관리감독 주체들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들은 비의도적으로 캡사이신이 검출된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불검출 기준을 완화했고, 유기질비료 캡사이신 검출업체에 대한 참여제한을 비료공정규격 개정 고시 전까지 유예키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농업인들의 의견이 수렴되거나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 수요주체이며 이를 직접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 즉 농민들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유기질비료사업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해당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구조다”, “전시행정 위주의 지원사업이다”, “자가제조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양분투입 위주의 사업이다”, “지원사업 예산을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그만큼 농업인들로부터 불신을 당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10월부터 진행될 친환경농자재지원사업(유기질비료지원+토양개량제)평가에 토양환경 적정성, 시비처방서 발급비율, 화학비료 사용량 저감률 등 토양환경개선 평가 항목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 육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에 대한 항목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이 1999년부터 시행돼 21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만큼 과연 이사업이 취지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진단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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