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초대전 컨퍼런스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홀에서 열린 '2020대한민국 전통식초대전 컨퍼런스'에서는 국내 전통 발효식초 제도 개선과 기능성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본 흑초 기능성 검증 후
2014~2018년 산업 급성장 주목
지리적표시 등 뒷받침 되면
전통식초도 발전가능성 충분

건강 먹거리에 대한 관심 속에 세계적으로 식초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통 발효식초도 제도 개선과 기능성 연구가 수반되면 세계적인 명품 식초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홀에선 한국전통식초협회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2020대한민국 전통식초대전 컨퍼런스’가 열렸다. ‘세계인들은 왜 명품식초에 열광할까’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선 세계적인 식초의 성공비법이 소개됐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전통 발효식초의 발전 가능성도 제시됐다.

전통식초대전 컨퍼런스에선 이탈리아 발사믹식초와 중국 4대 명초, 일본 흑초 등 세계적인 명품식초가 소개됐다. 샐러드드레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발사믹식초’를 소개한 정석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연구관은 국내 전통 발효식초와 발사믹식초가 유사한 점을 부각하며 전통 발효식초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석태 연구관은 “포도를 원료로 한 발사믹식초가 세계적인 명초가 될 수 있었던 건 지리적 표시제와 같은 엄격한 원산지 보호와 희소성에 있었다”며 “발사믹식초는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하고 전통적인 제조 방법으로 어떠한 첨가물도 없이 12년 이상 숙성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또 한 해 생산량도 제한돼 모데나 지역에선 연간 6000ℓ의 식초만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관은 특히 “국내 전통 발효식초는 발효 중인 식초 자체가 종초 역할을 하고, 기존 발효액에 초산균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조되는데, 이 같은 방식이 기본적으로 발사믹식초 제조방식과 유사하다”며 “국내 전통식초도 지리적 표시제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세계적인 명품 식초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식초가 건강식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식초의 기능성 연구 필요성도 제시됐다. 일본 흑초 열풍을 소개한 나혜진 식품환경연구센터 대표는 “현미나 보리를 원료로 한 일본의 흑초는 면역력 증강, 피로회복, 혈행 촉진, 지방연소 효과 등 기능성이 검증되면서 식초산업이 2014~2018년간 20% 이상 성장했다”며 “흑초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으로 조미료 중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식초의 기능성 연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건강식품으로 성공한 중국 4대 명초도 조명 받았다. 정철 서울벤처대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식초가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해 식초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가 두텁다는 점을 4대 명초 성공 비법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중국인들에게 식초는 예로부터 음식 요리에 필수적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한방약, 다이어트 식품과 건강식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4대 명초인 산시 숙성식초, 전장 향초, 쓰촨 밀기울식초, 푸첸 홍초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강하다”고 말했다.


“감귤·유자 등 국산 농산물 원료 과일식초 인기 높아져”

한상준 한국전통식초협회장

식품위생기준 전통방식 외면
국내 식초산업 성장 걸림돌


“국내에서도 다양한 농산물을 원료로 한 전통 발효식초가 있고, 이를 통해 식초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지만 전통을 무시하는 제도적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경북 예천에 위치한 전통식초 제조업체 ‘초산정’의 대표이자 제2대 한국전통식초협회장인 한상준(51) 회장은 최근 감귤, 유자, 오미자로 만든 과일식초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동향에 대해 언급했다.

한 회장은 “보통 식초라고 하면 쌀, 보리로 만든 곡물식초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감귤, 유자 등 국내산 과일로 만든 과일식초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들 식초는 깔끔한 맛과 향, 풍미로 평소에도 쉽게 식초를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 방식을 무시하는 현 식품 제도가 전통식초 산업 발전의 저해요소로 꼽힌다고 한 회장은 지적하고 있다. 전통식초 제조방식이 국내 식품 위생 기준인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과 맞지 않아 전통식초 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

한 회장은 “해썹 기준을 모든 식품에 적용하는 게 옳으냐는 의문이 든다. 해썹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전통식초를 옹기가 아닌 금속 그릇인 스테인리스에서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기준으로는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발사믹식초도 기준 위반이 된다. 천편일률적인 해썹 기준이 아닌 전통식초, 나아가 발효식품에 대한 별도의 위생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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