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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양봉산업, 해법은 없나 <상>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꿀 생산량냉해·잦은 비로 생산량 90% ‘뚝’…농가 도산 위기 내몰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귀농·귀촌, 도심 속 양봉 증가로
사육농가 숫자 크게 늘었지만
생산량은 8000톤 수준 그칠 듯

100군 평균 생산비 3800만원
올해 소득 600만원 머물 전망 
“각종 채무·연체 등 압박 가중” 

꿀 생산량 75% 차지 아까시나무
개화시기 축소·노령화 ‘직격탄’
밀원수 확보 못한 정부 잘못도

양봉산업은 벌꿀 생산뿐만 아니라 화분매개를 통한 농업 생산과 환경, 경관 유지라는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화분매개에서 얻는 가치는 무려 5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20년 양봉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농가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봄철 냉해와 잦은 비 등으로 생산량이 2019년 대비 80~90%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비도 못 건진 농가는 도산 위기를 맞는 등 양봉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농가숫자는 급증했지만 생산량은 급감=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벌을 키우는 사육농가 숫자는 2013년 1만9900호, 2015년 2만2600호, 2017년 2만4700호, 2019년 2만9000호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꿀벌 사육개체수도 2010년 169만8000군에서 2015년 196만3000군으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2019년은 역대 최고치인 274만4000군까지 급등했다. 호당 사육군수는 2010년 67.9군에서 2019년 94.6군으로 크게 늘었고 100군 이상의 농가 비중 33.3%, 사육비중 77.5%로 양봉농가의 규모화도 진행되고 있다.

황협주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귀농·귀촌하면서 양봉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대규모 농경지 시설이 필요하지 않는 장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수 양봉농협 과장도 “양봉은 창업에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고 양봉업의 허가 및 등록과 관련된 법과 지자체 조례도 없어 도시양봉도 증가하는 등 접근이 용이해 농가 숫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와 도심 속 양봉 증가 등의 여파로 벌을 키우는 사육농가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올해 생산량은 2019년 대비 10~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제 한국양봉농협은 지난해 1만4184드럼을 수매했지만 올해는 82% 줄어든 2500드럼을 수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도 올해 꿀 생산량을 약 8000톤으로 예측하고 있다. 7만9099톤이었던 2019년과 비교해 1/10 수준이다.

올해 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양봉농가의 소득은 역대 최악을 넘어 도산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100군 사육농가의 평균 생산비는 약 3800만원이지만 벌꿀 생산량이 576㎏에 불과해 소득은 600만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협주 회장은 “벌꿀 흉작으로 농가들은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 것은 물론 각종 채무와 연체 등 압박이 가중돼 양봉농가 도산과 양봉산업 붕괴 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량 감소의 원인은 아까시나무?=양봉산업 전문가들은 올해 벌꿀 생산량의 급감 원인을 아까시나무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꼽고 있다. 실제 벌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봄에 개화하는 아까시나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상기후 영향으로 올해 아까시나무의 개화시기가 불안정하면서 벌꿀 생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황협주 회장은 “벌꿀 생산의 70% 이상을 아까시나무에 의존하는 가운데 아까시나무의 남부-북부 지역의 개화시기 차이가 10년 만에 한 달에서 15일로 축소됐고 4월 냉해와 5월 잦은 강우로 아까시나무 등 봄꽃을 통한 벌꿀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또 “주 밀원수(꿀벌이 꿀과 화분을 수집하는 나무)인 아까시나무의 쇠퇴와 관리 부재로 면적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라며 “올해 유례없는 흉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원희 산림청 산림지원과장은 “아까시나무는 1960~1970년대 심어 노령화됐고 병해충이 발생하는 등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봉농가들이 아까시나무를 통한 벌꿀 생산에 몰리는 이유는 다른 꿀보다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양봉농협의 2020년 벌꿀 수매가격(1㎏ 기준)을 살펴보면 아카시아 꿀은 1만1597원이고 야생화 꿀과 밤꿀은 각각 8981원, 9328원이다. 1㎏당 2269원에서 2616원의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성 농식품부 사무관은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아카시아꿀은 1㎏당 2만5000원으로 여러 가지 꿀이 혼합된 잡화 꿀의 가격 보다 높게 형성된다”며 “아카시아 꿀의 유통량이 전체 꿀의 75%에 달할 만큼 집중된 이유”라고 밝혔다.

▲밀원수는 부족한데 생산농가만 늘린 정부=대부분의 양봉농가는 밀원산림을 보유하지 않고 타인 소유의 산림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충분한 밀원수가 조성돼야 하지만 밀원수 면적 대비 사육밀도가 높고 밀원수가 부족해 생산량도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산림청은 연간 4000~5000ha에 밀원수를 심고 있다. 축구장 약 5936개에 해당되는 면적이다. 특히 2016년부터 연간 150ha의 국유림에 밀원수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밀원수 조림사업을 실시한 국유림은 662.4ha다.

하지만 산림청의 밀원수 조림사업은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유림은 전체 국토 면적의 16%(162만ha)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2%를 차지하는 사유림에 밀원수 조성이 필요하지만 산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이원희 산림청 산림지원과장은 “산주나 양봉농가가 산에 밀원수를 조림할 때 조림비의 90%를 지원한다”며 “하지만 산주들은 맹아력이 좋고 줄기에 가시가 많은 특성 때문에 아까시나무의 조림을 꺼려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과장은 또 “산주가 조림비용의 10%를 부담하고 있지만 소득은 다른 사람(양봉농가)이 얻는 구조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농가 숫자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 양봉농가의 1군당 벌꿀 생산량은 12.3㎏에 불과하다. 미국 24.6㎏, 중국 49.8㎏, 베트남 72.1㎏, 캐나다 56.2㎏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황협주 회장은 “귀농·귀촌인들이 제2직업으로 꼽을 만큼 양봉업이 인기를 얻어 농가 숫자는 증가된 반면 밀원수 식재면적, 방역비 예산 확보 등 농가 숫자 증가에 따른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고 질타했다. 또 “밀원수는 한정됐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신규 양봉농가로 인해 양봉장 간 거리가 가까워졌다”며 “결국 제한된 밀원식재 면적으로 인해 밀원수 확보를 위한 농가 간 분쟁과 갈등만 유도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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