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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농촌 곳곳 ‘아수라장’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이장희 기자]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김화읍 등에 쏟아진 700mm이상 폭우로 침수됐던 가옥과 농경지에 물이 빠지자 피해현장이 드러나고 있다. 7일 한탄천 범람과 제방붕괴로 침수피해를 입은 동송읍 이길리 심성수 씨가 폭우에 쓸려나간 농경지에 이어 폭격을 맞은 듯 무너진 엽채류 재배 하우스를 찾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흥진 기자

계속된 집중호우에 신음

안성·철원·충주·천안 등
7개 시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강원 철원을 비롯한 경기 파주, 충남북 등에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침수와 저수지 붕괴 등으로 농작물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안성, 강원 철원, 충북 충주·제천·음성, 충남 천안·아산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일 현재 호우 피해는 농경지 침수 7581ha, 유실·매몰 497ha, 낙과 59ha, 가축폐사 57만 마리 등이다. 저수지도 제천 2개, 충주 2개, 안성 2개, 이천 1개 등 7개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 6일 파주시 민통선 내 장단반도에서 9만9000㎡의 논농사를 짓는 서영석(57) 씨는 임진강 물에 침수된 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허망해 했다. “강이 아니라 모두 논이에요. 24시간 내에 물이 빠져야 그나마 벼가 자랄 텐데 오히려 수위가 더 올라가니 올해 농사는 망쳤습니다.” 임진각 통일대교 아래의 논은 물론 다리 건너 ‘전진농장’의 벼도 모두 물에 잠겼다. 어디가 논이고 강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곳곳에 삐죽 튀어나온 전봇대를 보고서야 농로와 논을 예측할 뿐이다.

지난 5일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물을 방류하고 경기북부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임진강 주변 농경지가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농경지 180ha와 전진농장 70ha를 비롯한 통일촌 일대 논과 밭 470ha가 침수·매몰돼 농민들이 큰 시름에 빠져있다.

서 씨는 “어제(5일) 농사일을 마친 오후 6시까지도 멀쩡했는데 오늘 아침 9시께 갑자기 강물이 불어나면서 농작물을 모두 삼켜버렸다”며 “북쪽의 황강·군남댐과 남쪽의 팔당댐 방류와 인천 앞바다가 밀려오는 대사리 기간과 겹쳐 중간에 끼인 임진강물이 한강 쪽으로 빠지지 못해 침수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빠른 시일 내에 물이 빠지지 않으면 벼 알곡이 녹아 하나도 건질게 없다”며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100여 농가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손도 못써…앞으로 살 길이 막막”

파주시, 연천군 등 경기북부에 쏟아진 폭우와 상류에서 밀어닥친 물길로 제방이 붕괴되고 농경지가 침수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6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서영석 씨가 임진강 범람과 제방붕괴로 물바다가 되어버린 자신의 논을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480여 ha 농경지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인 피해지역은 간간히 서있는 전봇대가 농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흥진 기자

폭우 피해 농촌 ‘아수라장’

수확 중이던 작물 흙탕물에
엽채류 모종도 다 쓸려가
집도 논밭도 물에 잠겨 허탈

임진강 주변에 위치한 파평면 일대도 아수라장이다. 율곡리에 소재한 습지공원과 인근 농경지, 비닐하우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상습침수지역이기도 한 이곳은 임진강 역류 우려로 물을 내보내지 못하고 수문을 닫으면서 내부에 물이 차 침수가 된 경우다.

금파리 일대 비닐하우스 수십여동도 물폭탄을 맞았다. 한창 수확 중이던 열무와 얼갈이, 부추 등은 토사와 흙탕물에 잠겨 있고, 새로 모종한 엽채류도 다 쓸려 나갔다.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살펴보던 한 농민은 “10여년 동안 농사지으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복구도 문제지만 출하해야 할 작물이 모두 망가져 생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피해도 크다. 철원군 동송읍 농업인 박 모씨는 물에 잠긴 논을 보러나갔다가 집이 물에 잠긴다는 긴급 전화를 받고 돌아와 보니 이미 1미터 이상 물에 잠겨 충격에 빠졌다. 부인과 노모는 119 구조에 몸은 피했지만 가구와 전자제품 등은 모두 물에 잠겼다. 철원은 지난 1일부터 670mm 넘는 비가 내렸다. 박씨 부부는 몸은 무사하지만 앞으로 생계가 막막한 처지다.

1996년 대홍수를 겪었던 박씨는 그때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물에 잠긴 집과 논밭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대책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동송읍 오덕초등학교 대피소에서 만난 박영치 씨도 “평생 철원에서 살았지만 이번처럼 순식간에 물이 덮친 것은 처음”이라며 구조 순간을 떠올렸다. 강원도는 집중호우로 철원 등 8개 시·군에서 모두 400가구 1700여명이 피해민으로 집계됐다. 농경지도 철원이 54만8000㎡가 침수되거나 유실 됐으며, 강원도 전체는 105만7000㎡가 물에 잠겼다. 철원군은 마치 지우개로 모든 것을 지워버린 듯 황망한 상태다.

최문순 지사와 한금석 전도의장이 6일 철원군 동송읍 수해현장을 방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한금석 전 강원도 의회의장은 6일 철원군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주민들 의견을 듣고 긴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는 집중호우로 이재민들이 받았을 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고 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 상담사를 통한 재난심리회복 서비스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7일 강원 철원을 비롯한 경기 안성과 충북 충주·제천·음성 및 충남 천안·아산 등 7개 시군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연천 군남댐을 방문해 폭우 대응 상황 등을 현장 점검하고, 파주시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5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탄방리와 인등터널 등의 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 주민들을 격려했다.

철원·파주=백종운·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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