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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급여금 지급 거절, NH농협생명의 ‘이상한 해명’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보험만기 2년후 사망 유족에
유족급여금 축소 지급했다
1·2심서 모두 패소 '항소 포기'
지연손해금까지 지급 확인

“80% 장해급여금과 금액 동일
실익 없어 다투지 않았을 뿐”
유족급여금 부인하다 결국 인정

 

NH농협생명보험이 농작업 중 재해를 당해 2년여 만에 사망한 농업인의 유족이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패소, 뒤늦게 유족위로금과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최근 ‘보험기간 만료’를 이유로 유족급여금 지급을 잇따라 거부하고 있는 NH농협생명의 행태에 정면으로 대비되는 판례여서 주목된다. 특히 이에 대한 NH농협생명 측의 해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농협생명의 보험금 지급거부의 근거와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최근 입수한 2016년 9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문(사건번호 2016가단200043)에 따르면, 재판부는 NH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유족측이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피고에게 유족위로금 4500만원과 지연손해금(연 6~15%)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농협측은 이에 항소했지만, 2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사건번호 2016나37406)도 2017년 9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29살 청년의 안타까운 사고, 사망, 그리고 이어진 소송=1심·2심 판결문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2012년 4월 11일 A씨(사고 당시 만 29세)는 비닐하우스 보수작업을 하다 고무 바가 끊어지면서 뒷머리에 충격을 받았다. 당일 별다른 조치 없이 잠을 자다 호흡 이상 및 의식 소실 사태로 어머니에게 발견돼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두개감압 개두술’을 시행했고, 4월 28일까지 입원치료 후 논산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겨 요양하던 중 2014년 3월 28일 사망했다. 사고발생 2년 여 만이다.

A씨는 사고 당시 2011년 5월 20일자로 ‘(무)농업인안전공제Ⅱ 일반1형1인’에 가입돼 있었는데, 농작업 중 재해로 사망시 5000만원, 그 외의 재해로 사망시 500만원의 유족위로금을 지급하게 되어있었다. 이에 유족 측은 2015년 3월 계약 내용에 따라 5000만원을 청구했지만, 농협 측은 비닐하우스 보수작업이 ‘농작업’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500만원만 지급 통지, 소송 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원고 측 변호를 맡았던 한필전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보험기간의 문제나 유족위로금 지급 자체에 대한 다툼은 전혀 없었고, 사고원인이 농작업이냐, 아니냐가 쟁점이었다”면서 “A씨가 비닐하우스 보수작업 중 사망에 이르게 된 점, 비닐하우스 보수작업이 ‘농작업’에 해당한다는 점을 재판과정에서 입증, 농협 측으로부터 미지급된 4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금 지급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와 사망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의 여부”라면서 “보험기간 중에 사망이라는 결과에까지 이르러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보험사의 설명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덧붙였다.

NH농협생명보험측이 기자에게 보내 온 보험금 청구관련 사례 비교 문건. 사례1은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해 유족급여금이 지급된 충남 부여 A씨의 사례고, 사례2는 유족급여금을 거부 당한 경북 봉화 사례다. 두 건 모두 보험만기를 목전에 두고 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생명은 부여 사례에 대해 보험가입기간 내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고, 80% 이상 장해보험금과 유족위로금 금액이 동일해 구분의 실익이 없어 다투지 않은 것이라며, 유족급여금이 아니라 장해보험금이었다고 주장하다 말을 바꿨다.

"억울한 사연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약관 핑계만

소송 가는 유족 드물단 점 노려
패소 가능성 커도 지급 거부 일쑤
“분쟁조정·소송 통해 해결하라”

NH농협생명 보험금 부지급률
100건 이상 보험사 중 5년째 1위


◆NH농협생명의 오락가락 해명=이와 관련 NH농협생명보험 측은 처음 “당시 소송에서 패소해 지급한 유족위로금은 사실상 장해급여금이지 유족위로금이 아니었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북 봉화나 전남 보성의 사망 건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해당 피보험자의 경우 보험가입기간 내에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고, 판정 후 와상상태로 장기요양 중 사망한 사고로, 유족위로금과 80% 이상 장해보험금이 동일해 구분의 실익이 없어 별도로 다투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농협측은 이미 유족측에 유족위로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통지한 바 있다. 원고측 변호사도 당시 유족위로금 지급 자체를 두고 다툼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농협측이 비닐하우스 보수작업을 ‘농작업’이 아니라고 주장,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려 했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당시 지급된 보험금이 유족위로금이 아니었다는 농협측 설명이 무색해지는 대목. 재차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농협생명측은 “유족급여금과 장해급여금을 혼동해 잘못 설명했다”고 시인했다.

보험기간내에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사고 17일 만에 어떻게 장해등급 판정이 가능하냐고 묻자 “별도의 절차를 거쳐 장해등급판정을 받은 게 아니고, 병원 진단서에 ‘사지마비’라고 나와서 우리가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현재 NH농협생명측은 2019년 3월 경운기 전복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 40일 만에 사망한 경북 봉화 사례와 2018년 경운기 운전 중 교통사고로 고도장해판정을 받고 10개월 만에 사망한 전남 보성 사례에 대해 ‘보험기간 종료’를 이유로 유족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억울하면 분쟁조정 신청하거나, 소송하거나=“억울한 사연은 알겠지만 생명보험 표준약관상 ‘사망이 곧 사고’이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유족급여금 지급 논란에 대해 농식품부와 NH농협생명은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피보험자의 ‘억울함’은 인정, ‘30일 연장특약제도’ 도입 등 개선대책을 모색 중이니, 보험금 지급 건은 당사자가 금감원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석하되 문언이 모호할 경우 ‘작성자불이익원칙’을 적용,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금감원 표준약관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측이 약관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보험사가 소송으로 들어갔을 경우 패소 가능성이 높음에도 자의적으로 약관을 해석,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과 자금 등의 제약으로 인해 계약자가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NH농협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계약자의 보험금 청구건수 대비 부지급건수 비율)은 해마다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46%, 2016년 2.31%, 2017년 1.80%, 2018년 1.50%, 2019년 1.49% 등으로 5년 평균이 1.71%. 부지급건수가 100건 이상인 국내보험사 중 5년 연속 1위로 집계됐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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