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용 배추·무 심지도 않았는데…벌써부터 물가 우려 ‘호들갑’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역대급 폭우로 농산물값 급등
자극적인 보도 쏟아내며
추석·김장 물가까지 영향 전망

김장철 최대 넉 달은 남고
갈수록 소비 줄어 ‘급락’ 걱정
올 추석도 10월 1일로 늦어
생육 회복 기간 충분할 듯

제철 맞은 수박·복숭아·오이 등
물량 줄었는데 가격도 떨어져


최근 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로 여름철은 물론 추석·김장 물가까지 우려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김장용 배추와 무는 아직 심지도 않았는데 가격 걱정부터 하고 있고, 추석 역시 올해엔 10월 1일로 늦어 생육 회복 기간이 충분하며 물량도 각지에서 나올 수 있는 것. 집중호우가 지속되고 있는 최근의 농산물 가격 역시 물량이 적어 가격이 상승해야 하지만 극심한 소비 침체 속에 오히려 가격이 폭락한 품목도 많다. 고질적인 농산물 가격 흔들기로 ‘작황 악화와 소비 침체’에 허덕이는 산지를 또 한 번 죽이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도배되는 농산물 편향 보도=집중호우 여파가 농산물 물가 우려로 번지고 있다. ‘역대급 폭우에 농산물가격 2~3배 급등…추석·김장 물가까지 영향 줄 듯’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엔 폭우로 작금은 물론 추석·김장 물가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자극적인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5일 오전 한 포털 사이트에 ‘폭우 농산물’이란 검색어를 치면 폭우로 농산물 산지가 침체됐다는 보도를 넘어 ‘농산물 가격 급등’ 우려 소식이 도배되고 있다. 좀 더 확장해 ‘폭우 농산물 가격’이라고 검색하면 ‘급등’, ‘폭등 예고’, ‘장바구니 부담’ 등 당장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처럼 보였다. 

농산물 가격 흔들기와 관련한 보도가 난무하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최근의 폭우가 늦가을 김장 물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 매일경제 8월 4일자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이를 경계했다. 

▲이해되지 않는 추석·김장 물가 우려=무엇보다 이해되지 않는 건 최근의 폭우를 최소 두 달에서 최대 넉 달 이상 남은 추석·김장 물가까지 연결해 부각한다는 점이다. 김장의 경우 주요 채소류인 무·배추가 아직 김장용 물량에 대해선 파종·정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심지도 않았는데 가격 걱정’부터 하는 꼴이다. 더욱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8월 채소 관측을 보면 김장용으로 주로 쓰이는 가을배추·무의 정식(의향)면적은 평년 대비 각각 4%, 2.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갈수록 김장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오히려 ‘급등’이 아닌 ‘급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추석 물가 우려도 이르다는 지적이다. 올 추석은 봄철 윤달로 인해 예년보다 늦은 10월 1일이다. 혹 지난해 추석(9월 13일)처럼 이르다면 모를까 올 추석 주요 제수용 작목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생육 기간이 남았다. 더욱이 언론이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주 채소류인 무와 배추의 경우 어느 때보다도 추석을 앞둔 9월 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고됐다. 농경연 관측본부에 따르면 9월 무·배추 물량은 각각 평년 대비 2%, 3.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과 등 과일류 역시 늦여름과 초가을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없다면 생육이 회복될 수 있다. 또한 봄철 냉해로 과실이 많이 안 달려 추석에 주로 유통되는 대과는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물량도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사과의 경우 이른 추석으로 홍로 이외 추석 물량이 없었지만 올해엔 양광 등 중생종까지도 추석 대목장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도 가격 하락 품목 많아=집중호우로 인한 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 보도도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수급매뉴얼로 관리하는 배추·무·건고추·깐마늘·양파 등 주요 채소 5대 품목의 수급 동향을 보면 5일 현재 무, 건고추, 양파가 가격 안정 단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 품목 모두 작형·월 기준 모두 안정 단계가 계속되고 있다. 

배추는 안정 바로 위 단계인 상승 주의이지만 이도 예측했던 부분이다. 농경연 관측본부와 가락시장 대아청과 등 배추를 관측하는 기관과 주 취급 업체에선 봄배추 저장 물량 출하 종료와 추석 대목인 9월에 출하하는 산지가 많아 8월 일시적으로 물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장마 전부터 이미 예고했던 것. 깐마늘은 상승 경계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역시 폭우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6월 전 거의 다 수확이 마무리됐고, 폭우가 쏟아지기 전이었던 수확 이후 가격도 높게 유지됐기에 그 가격이 깐마늘 가격까지 반영된 상황이다. 

이외 주요 제철 과일·과채는 가격이 하락한 품목도 많다. 수박, 복숭아, 오이 등 주요 제철 과일·과채 품목은  잦은 비로 인한 소비 감소로 ‘물량이 줄었는데 가격도 급락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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