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종자원 “냉해로 수확량 감소”
당초 계획량 절반 300톤 공급

농가 “자가 채종 불가피한데
품질향상 보장 안돼” 발동동

‘자급률 1% 달성’ 선언 불구
정부 보급종 관리 허술 ‘씁쓸’
체계적 관리체계 마련 목소리


정부 보급종이 당초 계획 물량의 절반 공급에 그쳐 밀 파종을 앞둔 우리밀 산지가 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가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 종자부터 면적 확보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립종자원은 이달 27일까지 밀 보급종 종자 신청을 받는다. 이 물량은 약 300톤으로 당초 계획 물량 600톤의 절반 수준이다. 2016년 516톤, 2017년 670톤, 2018년 400톤, 2019년 450톤 등 예년 보급종 물량에도 못 미친다. 냉해가 보급종 공급에 영향을 줬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

서주연 국립종자원 식량종자과 사무관은 “올해 파종용으로 밀 종자 600톤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냉해로 보급종을 재배하는 채종포 수확량이 줄면서 보급종 물량도 줄었다”고 전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밀 종자를 비롯해 생산 관련 체계를 제대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밀이 1% 정도 생산되는데 밀 자급률을 올리기 위해 종자부터 면적확보까지 일관적으로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종자 구하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우리밀 업계에선 정부의 보급종 관리 허술함도 질타하고 있다. 더욱이 보급종이 당초 계획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우리밀 소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한 밀 생산농가는 “밀 종자는 국가보급 품목인데도 불구하고 한번 저온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급종 계획 물량을 달성하지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밀 종자 보급이 어렵게 되면 그나마 있는 1%의 우리밀 자급률도 지키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화영 국산밀산업협회 국장은 “현재 밀 보급종 공급량이 줄어 산지에서 밀 종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다목적용으로 사용하는 금강밀이 부족하다”며 “결국 종자를 못 구하면 농가에서 자가 채종을 해서 파종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자가 채종의 경우 품질 향상을 보장할 수 없기에 이후 우리밀 소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밀 업계에선 농식품부가 국회에서 밝힌 것과 같이 종자 보급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우리밀은 국민 기본 식량 공급 차원에서 중요성을 갖기에 종자 관리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은 “보급종 선정과 공급 계획은 국민 기본 식량 공급 차원에서 더욱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밀 보급종 공급 채비부터 갖춰서 전국에서 생산하는 밀이 전량 보급종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공급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정수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사무관은 “올해 냉해로 밀 종자가 부족한 게 사실이기 때문에 일단 종자 수요가 있는지부터 파악 후 해당 품종의 종자를 공급할 수 있을지 종자원과 농촌진흥청과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며 “내년 파종분은 각 지역 협의회 수요 조사를 통해 종자 채종포 농가를 더 확보할지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