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7월 2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부터 21대 국회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1대 국회 들어 소관 부처 및 기관들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7월 27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농협중앙회 등,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의 업무보고에서 농업 분야 현안들이 다뤄졌다. 공익직불제를 비롯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식량자급률(식량안보), 농업 예산 확보 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농업 현안 질의는

소규모 농가 소득안정 위해
개선 방안 조속 마련 촉구
김현수 장관 “사례 조사한 뒤
억울한 부분 있다면 대책 검토”

▲공익직불제 개선=올해 시행 원년인 공익직불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질의들이 많았다. 특히 공익직불 지급 요건 중 ‘과거 3년간 직불급 지급 실적’ 부분으로 소농직불 대상에 충족되지 못한 농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 소규모 농가의 소득안정 등의 제도 도입 취지를 위해 정부가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양수 미래통합당(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은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공익직불제 지급 대상 농지 중 2017~2019년 직불금을 지급 받은 실적이 없으면 공익직불금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농사를 짓고 있어도 직불금 신청을 하지 않아 수령 실적이 없으면 공익직불금도 못 받게 되는 피해가 늘고 있다”며 “규정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도 “과거 3년간 직불금 지급 실적 요건이 헌법상 평등원칙과 신뢰보호원칙 위반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검토 의견을 받은 만큼 제도 개선에 대해 진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권성동 무소속(강원 강릉) 의원은 “기존 면적 중심에서 농민 중심으로 전환해 농가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익직불제를 시행했다. 과거 3개년 직불금 신청을 하지 못한 이유도 여럿 있을 것이고, 갑자기 생활형편이 어려워져 직불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 검토를 잘 해 달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관련 사례들의 현황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현수 장관은 “공익직불은 새로 나온 직불제가 아니고 과거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지난 직불제 하에서도 직불금을 못 받았던 분들이 있는데, 자격이 되지 않는 여러 조건들이 있다. 이 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라면서 “공익직불제에 새롭게 신청하신 분들은 소농직불에 관심이 많다. 이런 사례들을 앞으로 조사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 대책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직불제 예산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어기구 민주당(충남 당진) 의원은 “직불금 예산 2조4000억원은 전체 농업 예산의 15%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전체의 직불금 비중은 농업 예산의 70% 정도다. 개별 국가로 보더라도 프랑스가 49% 등으로 비중이 큰데, 농촌을 떠나지 않고 농촌을 지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며 “우리도 직불금 예산을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촌 공간 정비사업 등 빠져
축산·수산·산림분야도 빈약
기재부 설득에 실패 했나 추궁 
김 장관 “기재부와 협의 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최근 발표한 정부의 ‘한국판 뉴딜’ 계획에 대해 농업·농촌 분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판 뉴딜은 향후 5년간 민관포함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이다.

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농업 단체들은 이번 한국판 뉴딜에 대해 농업 분야 내용이 눈에 띄지 않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농식품부 정책 방향이 농촌과 농민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대기업 육성정책만 있다. 대기업과 기업농을 대변하는 농정이 아니라 농촌·농민 중심의 농정이 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쓴 소리가 새어나왔다. 최인호 민주당(부산 사하구갑) 의원은 “한국판 뉴딜 계획에서 주거환경 개선이나 경관유지 등의 종합적인 농촌 공간을 정비하는 사업들이 빠졌다.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것은 농식품부가 기재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여당 간사인 서삼석 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도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 사업에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축산, 수산, 산림 분야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함 정도가 빈약하다. 농식품부 등이 노력했겠지만, 결과는 썩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추후 이런 것들을 부처에서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때 반드시 농어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들의 기대 이상으로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 장관은 “한국판 뉴딜은 아직 마감된 것이 아니고, 지금도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 위한
구체적 이행 계획 수립 필요 
aT 수매비축사업 목표 물량
과학적 근거 기반 산정도 촉구

▲식량자급률 제고=코로나19 국면을 맞아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식량자급률의 목표치 달성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원택 민주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정부가 자급률 목표치는 세우고 있지만, 수매 등의 세부 계획은 짜고 있지 않아 이행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목표치 달성을 위해 액션플랜을 확실하게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량자급률 제고 방안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맡고 있는 수매비축사업의 목표물량 설정 부분도 거론됐다.

서삼석 의원은 “aT가 생산농가 판로확보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콩에 대한 수매비축사업을 하고 있지만, 수매비축사업 목표 물량을 10년간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며 “수매비축사업 목표물량을 정하는 데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aT로부터 제출 받은 식량작물 수매비축 현황 자료(2010년~2020년 6월)에 따르면 콩의 경우 목표 비축물량 대비 실제 비축물량은 연평균 18.8%에 그쳤다. 또 지난해 처음 수매비축사업을 시작한 밀의 경우 목표 비축물량이 2019년 1만톤에서 2020년 3000톤으로 줄었다가 내년에는 1만톤으로 다시 늘어난 상태다.

서 의원은 “코로나19 시대에 식량의 문제가 국가안보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만큼 핵심 농정과제가 됐다”면서 “수매비축사업이 식량자급률 제고에 실효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목표비축물량 산정 기준을 마련해 법제화하고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 없는 것처럼 판매해 질타
농민에 돌아갈 수익으로 보상
정영채 대표 “내부 통제 등 강화”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사태=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를 파헤치는 질의도 많았다. 금융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옵티머스 펀드 5151억원 중 NH투자증권이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을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문제가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우려들이 제시됐다.

이만희 통합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NH투자증권 직원과 투자자가 통화한 녹취를 공개하면서 “투자자가 여러 번 위험성을 물어봤는데 위험이 없는 것처럼 판매했다”고 지적하고, “NH투자증권 상품승인소위원회가 법무법인에 펀드 법률검토를 맡겼는데, 이번 사태로 구속된 변호사가 대표”라며 관리 부실을 질타했다.

이양수 의원은 “NH투자증권 간부와 옵티머스의 임원이 학연으로 이번 사태를 공모했다는 의심도 간다”며 “NH투자증권이 불완전판매로 투자자 보상을 하면 농협에 큰 손실이 예상되는데, 이는 농민 수익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리스크관리와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밖에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저조한 조성 문제 △제조회사와 구입방식, 구입연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 농기계 임대료 산정 문제 △축산 분야의 퇴비부숙도 문제 △외국인계절근로자 문제 △농업 예산 확대 등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모저모

▲“장관이던 분이 상임위원장을?”=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27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자처해 “국회에서 3권 분립이 작동되도록 돼 있다. 장관으로 일하신 분들이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은 관례가 없었다”며 “장관 시절 결재하던 것에 문제가 있는데, 위원장으로서 정부 감시 및 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지적. 전임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농해수위원장을 맡게 된 데 대해 비판과 함께 위원장의 중립성 우려를 제기한 것. 이 의원은 “다른 위원장으로 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대신에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할 때는 야당 편을 많이 들어주시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농어민 민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

▲“장관 답변 태도가...”=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주무부처 장관이 ‘검토하겠다’, ‘수용하겠다’는 얘기는 거의 없고 생각이 다르다는 답변 태도를 보면서 이런 회의 광경은 처음 본다”며 “장관이 농업 분야의 전문가인 것은 알겠지만, 의원들이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지적하면 검토하겠다고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마치 의원들이 쓸데없는 부분을 지적한 것처럼 보이는데, 장관의 답변 태도에 대해 위원장께서 지적을 해 달라”고 쓴 소리. 권성동 의원은 홍문표 통합당 의원과 함께 상임위 내 최다선인 4선으로, 21대 국회 전반기 농해수위에 배치. 권 의원은 여야 의원들의 현안 질의 내용을 들으며 “여기(농해수위)는 여야가 따로 없네”라며 놀랍다는 반응.

▲국내산 느티나무 의사봉 ‘눈길’=위원장이 사용하는 의사봉이 국내산 느티나무로 특별 제작한 것이라는 설명.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실과 산림청이 함께 기획한 것으로, 이개호 위원장은 이 같은 배경을 설명하며 “아마도 국산 느티나무로 제작한 최초의 의사봉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개. 이 위원장은 “옛날부터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때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경험을 전달하거나 서당의 훈장이 학문을 가르치는 장소를 제공해주기도 했다”며 “우리 농해수위원회도 농어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농어민을 위해 소통하고, 여러 위원님들의 지혜를 모으는 최고의 상임위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강조.

고성진·이병성·김관태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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