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진청 ‘대중화 프로젝트’
효모·제조기술·마케팅 등 지원 
가평·강릉·당진·성산포서 출시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 등 기대

추석을 앞두고 국산 생쌀과 전통효모로 만든 증류식 전통소주가 가평, 강릉, 당진, 제주 성산포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출시돼 향후 우리 농산물 소비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7월 30일, 국산 생쌀과 우리효모로 만든 증류식 전통소주가 추석 전에 전국 4개 지역에서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이 2017년부터 시작한 ‘전통 증류소주 대중화 프로젝트’의 첫 성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농산물의 소비 확대를 위한 증류식 소주의 대중화가 목적이다. 강릉 ‘자연과 사람들’, 당진 ‘순성왕매실영농조합’, 가평 ‘우리술’, 제주 ‘제주바당’ 등 4개 생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 456억원으로 전체 주류시장 9조393억원의 0.5%에 불과하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주용 주정의 경우 42.7%가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고, 나머지 국내 생산 주정도 타피오카, 쌀 등 수입농산물로 제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방식의 증류소주시장이 현재보다 활성화되고, 국내 소주시장의 10%를 대체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3만6000톤의 지역 쌀 소비가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소주의 99.95%는 희석식이고, 증류식 소주는 0.05%에 불과하다. 가격도 차이가 있는데, 375㎖기준 1병에 전통 증류소주는 약1만5000원이고 대기업에서 생산된 희석식 소주는 2500원이다. 전통 증류소주의 경우 원료비, 포장비 등에서 고비용 생산구조로 경쟁력이 취약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전체 소주소비량의 53.3%가 증류식이다. 소비자 입맛에 맞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우리나라도 증류식 소주의 비중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농진청은 전통 증류소주 대중화 프로젝트를 통해 4개 업체에 효모 제공 및 생쌀발효 증류주 제조기술을 지원하고, 생산기술 표준화, 공동디자인 및 마케팅 등을 지원했다. 이번에 출시되는 소주는 각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N9이라는 소주용 전용 효모로 제조됐으며, 기존 희석식 소주와 달리 주정을 쓰지 않고 우리 농산물을 발효시키고 증류한 전통주다. 증류 소주용 효모인 N9은 전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누룩에서 발효능력이 우수한 효모를 분리하고, 알코올 내성, 당분 소비율, 관능적 특성 등 8가지 검정과정을 거쳐 특허로 등록된 균주다. 또한 농진청은 쌀을 찌는 과정을 생략하고, 생쌀가루 그대로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생쌀 발효법을 개발했다. 원료처리방법, 재료배합비율, 발효기술, 증류방법 등 생산기술을 표준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진청은 생산단가 절감과 증류식 소주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자조직체인 ‘우리소주연합’의 결성도 지원했다. ‘우리소주연합’은 재료구입, 공용병 제작, 홍보와 마케팅을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판매단가를 기존 전통소주의 30%인 5000원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최준열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장은 “소비자 입맛에 맞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전통증류식 소주가 보급된다면 농산물 소비촉진과 농가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출시되는 전통 증류식 소주가 우리나라 전통 소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앞으로 보리, 수수, 옥수수 등 다양한 농산물을 이용해 간편하고 발효효율이 우수한 증류식 제조기술을 개발해 산업재산권을 확보하고 생산업체에 보급할 예정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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