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오내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몇 달만 견디면 지나갈 것 같았던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대를 걸고 있는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예방효과가 몇 개월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기후변화와 무한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로 세계 규모의 유행병 확산(팬데믹)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적지 않다.

많은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팬데믹이 일상화되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사회구조가 전면적으로 개조되어야 한다며 여러 처방을 내고 있다. 다양한 의견 가운데서도 시민의 안전과 복지를 우선하고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는 상당한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취약계층에 소득과 건강한 일자리를 보장하고, 의료나 먹거리, 교육과 같은 핵심부문의 유지를 우선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다른 한편, 관광·외식업 같은 대인접촉 서비스업과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쇠퇴가 예상되는 가운데, 빅데이터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여 경제 활력을 되찾자는 뉴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양자가 서로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시스템 전환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데 경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사회는 안전과 복지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재계와 정부는 뉴딜을 통한 경제성장력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농업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타격이 적었으며 앞으로도 영향을 적게 받는 편으로 예상된다. 농촌의 낮은 인구밀도와 범위가 한정된 대면사회라는 특성이 방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식량 자급과 식품 안정의 중요성이 다시금 인식되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의 가치가 인정받고 우선 피해가 적다는 데에 만족하고 머무를 수는 없다. 코로나19의 현재 위험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에서 농업과 농촌이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질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농업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데서 미래 농업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예상은 어렵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연속선상에서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은 경제성장을 지상으로 하는 현대 산업문명에 대한 경고에서 출발하였으며, 사회여건에 따라 그 구체적 내용도 변화해 왔다. 2015년 UN총회에서 선언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는 경제와 환경,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포괄하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이후 논의도 SDG와 깊게 연관되어 있으며, 중요도와 시급성을 따져 우리에게 맞는 목표를 선택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데에서 출발하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실천을 위한 과제는 적지 않을 것이나, 여기에서는 핵심 과제로 저탄소 농업으로의 전환, 사회적 농업 육성을 거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환경농업은 친환경농산물 인증 중심인데 최근 농업환경보전에 초점을 둔 정책 도입을 추진 중이다. 농업환경보전은 토양과 물의 오염 감축, 야생동식물 보호와 생물다양성 증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농업도 당면과제로 설정할 때다.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은 화석에너지의 전환이 가장 크지만, 농업에서의 선도적 탄소 감축 노력과 이에 대한 공공지원은 생태보전을 중시하는 사회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무경운 경작, 최적 비료 사용, 관개배수 개선과 다양한 에너지 절감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생산단계에서의 기술개발과 적용에 못지않게 식량자급률 제고와 로컬푸드 확산을 통해 유통단계에서도 저탄소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농업이란 취약계층에 필요한 돌봄, 치유, 일자리, 직업교육 등의 사회서비스를 농업을 통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서비스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나 농촌지역에서는 공공의 지원도 미비하였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이 가진 다원적 기능과 재촌 자원을 활용하여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대안적 실천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와 지역자활센터 등에서 사회적 농업을 시작하였지만 아직은 소수의 사례에 그치고 있다. 사례들을 보면 사업자의 창의적인 혁신 활동과 사회적 가치생산에 대한 공적 지원, 지역 내 사회적경제 간의 인적, 물적 자원과 시장의 교류를 통한 상호연대가 사회적 농업의 지속에 중요하게 작용하였음을 볼 수 있다.

저탄소농업으로의 전환이나 사회적 농업의 활성화는 방향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후변화의 심각한 전조, 농촌사회의 전반적 침체와 양극화를 고려할 때 개별 사업이나 정책의 산발적 도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관련된 분야를 아우르는 국가의 법령과 계획의 틀 안에 새로운 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구체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은 중앙정부의 기본계획뿐 아니라 광역·기초 지자체 또한 실천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된 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조를 통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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