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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언택트 마케팅의 명암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요즘 ‘언택트’를 묻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생활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면 가끔 화가 담긴 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그럼 사람 안만나면 농기계도 안고쳐주는거에요?”

상황은 이렇다. 수확철을 앞두고 콤바인 엔진 소리가 심상치 않아 대리점에 수리를 요청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는데, 이 때 ‘언택트 기간이라 서비스가 쉽지 않다’란 대답이 왔다. ‘언택트도 생소한데 언택트한다고 서비스가 안되는 건 무슨 일일까’, A농가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또 하나, B농가는 이앙을 마치고 이앙기를 집으로 가지고 가다가 대리점에 들렀다. 이앙시즌이 끝난 만큼 마지막 점검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 앞에 ‘언택트 중이니 전화를 부탁드립니다’란 메모가 있었고, 전화를 수 없이 했지만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앙기는 창고에 들어가지 못한 채 한동안 집앞 마당에 주차돼 있었다. ‘언택트’가 만들어낸 오해들이다.

농기계업체들은 최근 언택트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거나 모바일 카달로그를 만드는 등 직접 농기계를 보지 않고도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농기계를 사는 고객이 늘고 있어 언택트 마케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농기계업체들의 언택트 마케팅 전략에 맞춘 대리점 행보는 모호하다. 직접 대리점에 문의했을 때도 대부분 정확히 모르겠단다. 본사에서 언택트 마케팅을 하는지 모르는 곳도 있었다. 판매와 서비스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농기계 특성상 이런 불협화음은 고객인 농업인에게 치명타다. 더 큰 문제는 언택트를 핑계삼아 장거리 서비스를 외면한다거나 수익성이 낮은 수리는 등한시하는 경우다. 물론 극히 일부의 행동이지만 이런 작은 실수는 농업인과 신뢰를 저버림은 물론, 농기계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우를 범한다.

농기계업체의 언택트 마케팅은 코로나19 형국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이 선택이 농업인을 위한 길이어야만 바른 정책으로 발현된다. 본사와 대리점간 소통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언택트 마케팅 시기에, 본사 정책이 무엇인지, 이 정책을 위해 대리점은 무엇을 하고, 농가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서로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본사 마케팅과 대리점 서비스가 조화를 이룰 때 농업인들이 농기계를 믿고 사며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자동차가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멈췄고, 긴급출동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았다. 언택트 마케팅 때문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농기계 서비스는 시간이 생명이다. 고속도로에 놓인 자동차와 비슷하다. 이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수확기를 앞둔 지금이 그 때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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