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제 개편 논의 맞물려
투자자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
현행 0.25% 중 0.15%가 농특세
없애면 농업 재정 연 2조원 증발

UR·WTO 따른 농업 경쟁력 강화
농어업인 복지 위한 ‘목적세’
농업예산 줄고 상황 더 어려워져
안정적 세수 확보 대책 필수

 

농업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어촌특별세(이하 농특세)의 존립을 흔드는 움직임이 번져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세제 개편 논의와 관련,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증권거래 시 징수하는 농특세에 대해 투자업계와 관련 언론을 중심으로 ‘왜 투자자들이 농특세를 부담하느냐’며 폐지 요구가 나와서다. 증권거래에서 발생하는 세수는 연간 농특세 세수의 절반 수준이어서 이곳에서 농특세를 폐지하면 농업예산은 큰 차질이 빚어진다.

이들의 요구는 경제성장을 위한 개방농정으로 일방적으로 희생되고 있는 농업과 농민을 국가적으로 배려하기 위한 목적세인 농특세의 취지는 무시하고, 오직 투자자 이익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사고 있다.

 

▲ 왜 증권가에서 농특세 얘기가 나오나

농어촌특별세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개방농정이 본격화되면서 농어업 경쟁력 강화, 농어업인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1994년 도입된 목적세다. 이는 개방 위기에서 농업의 국토 환경 보전, 식량의 안정적 공급 등 공익기능을 살리려면 농업부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국민적인 합의에 따른 것이다.

농어촌특별세법에 따라 과세되는 농특세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넓은 세원에서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을 취했다. 농특세는 개별부과 방식이 아니라 증권거래세, 개별소비세, 취득세, 레저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포함해 부과한다.

농특세는 2004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후 FTA로 추가개방이 계속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과 2014년에 2차례 연장, 오는 2024년 6월말까지 연장돼 있다. 도입 당시 농특세는 기존 농림예산 외의 추가 투자 재원이었으나, 1999년부터는 전체 투융자 예산 세입에 농특세도 포함됐다.

현재 농림예산 15조7000억원 가운데 농특세로 들어오는 예산이 4조원 정도인데, 그 절반인 2조원 가량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증권거래세를 통해 징수된다. 현행 코스피 증권거래세율은 0.25%로, 0.1%의 증권거래세와 0.15%의 농특세로 구성됐다. 코스닥, 코넥스, 비상장주식 거래에는 농특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증권거래세를 현행 0.25%에서 0.15%까지 낮추기로 했고, 이는 0.15%의 농특세는 존치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투자자 이익을 내세워 농특세까지 폐지하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 농특세는 농업보호의 상징, 폐지 안 될 말

만일 증권거래세에서 농특세를 폐지하면 당장 농업예산에서 2조원의 세수가 증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게다가 정부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개방농정과 예산축소 등 농업 경시 정책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해 11월 향후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 더 이상 높은 관세 같은 방식으로 농업을 보호하는 길은 봉쇄됨에 따라 농업보호를 위한 대책은 재정 투입 외에 선택지가 별로 없다. 공익형 직불제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뒷받침 하려면 농업예산은 오히려 늘려야 한다. 이런 마당에 증권가의 농특세 폐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얘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1994년 최초 시행 이후 2회에 걸쳐 농특세를 연장한 이유는 시장개방과 FTA의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며 증권거래세 폐지에 반대했다.

그는 “가뜩이나 매년 감소하는 농업예산으로 효율적인 농정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특세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 없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은 제도적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개방화 피해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농민과의 약속 또한 부정하는 일밖에 되지 않 는다”고 반박했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특세는 개방 확대에 따른 농업 농촌의 피해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고, 증권거래세에 농특세가 들어간 것도 그런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특세가 농어촌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 가운데 절반이 증권거래세에서 나오는 만큼 이것을 폐지하면 농업예산에 큰 타격이 온다”며 “농업 여건이 나아진 게 없는데, 대안 없이 폐지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은 “농특세는 구조개선 계정, 기금, 균특, 양특 등으로 다양하게 일반예산과 합쳐 농업예산으로 사용된다”며 “만일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농특세 세수에서 2조원이 줄어드는데, 그것을 없앨 거면 그 만큼의 예산을 일반회계에서 주던지, 안정적인 예산 확보에 대한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특세는 애초 농업에 맞는 세입구조가 필요해서 만든 제도로서의 상징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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