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목표점 없는 쌀 수급안정대책이 오히려 쌀농가와 쌀산업계에 혼선을 주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7월 30일 시행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시장격리를 핵심으로 한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라 매년 10월 15일까지 미곡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신곡 수요량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를 넘으면 정부 매입이 이뤄진다. 또한 단경기(7~9월)와 수확기(10~12월)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해도 초과생산량 범위 내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반면 쌀 가격이 3순기 연속으로 1% 이상 상승하거나 민간 재고가 부족해 지속적으로 오르면 정부 보유 재고를 판매해 쌀가격 과열을 방지하는 대책도 명문화했다.  

그러면서 생산조정 방안도 언급됐다. 직불금 대상자에게 재배면적을 조정 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에 규정돼 있어 생산자단체 대표 등과 협의기구에서 대상 면적, 조정 방법 등을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기재부와 농식품부,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유통인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현안을 결정한다.

이처럼 농식품부가 쌀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했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쌀농사를 지으면서 올릴 수 있는 쌀소득 기대수치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변동직불제가 있어 산지가격이 급락해도 쌀소득이 예측 가능했다면 이번 대책으로는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쌀농가는 농사를 짓는 내내 쌀값을 걱정해야 하고, 정책당국 측면에서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장환경에 대응한 행정력 낭비가 예상된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허술하다. 우선 단경기 시장격리는 가격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격리 논의에서부터 실제 격리가 이뤄지는 동안 벌써 햇곡이 나오기 때문에 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다. 생산조정도 실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의기구에서 생산조정을 협의한다고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쌀 생산조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생산조정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가격안정을 위한 쌀 수급안정대책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가격불확실성을 키우고 생산자인 쌀농가는 물론 소비자 모두에게 혼선을 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뚜렷한 목표를 토대로 심층적은 분석과 각종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제도가 설계되는 것이 기본 이론이자 원칙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