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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산업의 미래를 여는 약초 품종 개발

[한국농어민신문]

인간이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는 최후의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 기온이 현재와 비슷해진 약 1만년 전후로 추정된다. 신석기 혁명으로 알려진 작물 재배는 수메르를 비롯해 인도, 이집트, 중국 등 주요 문명발상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에서 기원전 6000년경의 것으로 알려진 탄화된 ‘피’ 등이 출토됐다. 식량작물 못지않게 약용식물의 역사도 오래됐다. 인류가 오랫동안 질병과 싸워오는 과정에서 축적한 약초에 관한 정보는 구전돼 오다 문자가 만들어진 이후 한나라 때 최초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 기록됐다.

이처럼 식량작물과 약용식물은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생산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식량작물은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인위적인 재배를 해왔지만 약용식물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야생채취에 의존하고 있다. 약용식물은 ‘작물’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워 최근까지도 ‘약초’라 불렸다. 한방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당귀나 감초조차도 품종이 활용되지 못하고 산이나 들에서 종자를 채취해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작목들은 비록 재배는 하고 있지만 아직 야생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작물화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자연에 가까운 생산방식이 한때 유리한 경우도 있었다. 약용식물이 한약재로만 이용되던 시대에는 최대한 자연적인 것, 약성이 높은 것, 이상적인 형태를 가진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도지약재(道地藥材)를 최고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용식물의 용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건강기능성식품, 한방화장품, 조미료, 간편식 등으로 소재활용이 다양화되고 있고, 시장수요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 약 70% 정도를 한방제품의 원재료로 이용하고 있어 이미 한약재 수요를 크게 초과했다. 용도가 바뀌면 시장에서 원하는 것도 달라진다. 농촌진흥청에서 바이오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원재료를 구매할 때 안정적 공급(47%)과 품질 표준화(37%)를 주요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국내 약용작물 생산이 새로운 시대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신수요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즉 새로운 시장에는 새로운 원료 생산방식이 필요하다.

원료 표준화와 대량생산에 먼저 필요한 것은 유전적으로 고정된 품종이다. 안타깝게도 인삼을 제외한 대부분의 약용식물은 본격적인 작물화가 비교적 최근에 와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품종개발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야생이나 재래종에 의존하다 보니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농가 경쟁력의 한계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체 역시 산업 소재용으로 적합한 품종이 부족해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기업들과 농업인들이 우수한 품종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에서 개발한 ‘토강’, ‘다강’ 등 지황 품종은 카탈폴(catalpol)과 같은 기능성분을 높이고 뿌리썩음병에 강하도록 환경 적응성을 높였다. 현재 주요 산지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약업체의 국내산 수매 확대를 이끌어내 수입 비중도 크게 낮췄다.

국내 한방산업이 현재와 같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생산자와 수요기업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우수 품종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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