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정부 신남방정책 추진하면서
아세안·베트남 등 이어
동남아국가와 FTA 확대 ‘속도’
한국에 농산물 양허 요구
농산물 수입 증가 우려 고조


한국과 캄보디아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들어갔다. 현재 발효된 한-아세안, 베트남 FTA에 이어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동남아국가와 FTA가 확대되면서 열대과일 등 농산물 수입관세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수농가와 관련 산업에 막대한 영향도 우려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빤 소라삭 캄보디아 상무부 장관은 지난 9일 화상 회의를 갖고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유명희 본부장은 “아세안의 생산 무역 허브로 성장가능성이 큰 캄보디아와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이 연내 성과도출을 목표로 협상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3월 프놈펜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한 바 있고, 같은 해 11월 양국 통상장관이 자유무역협정 공동연구 개시를 합의한데 이어 지난 5월 완료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와 FTA가 한국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9년 기준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의 교역현황을 보면 한국의 수출액은 6억9700만달러, 수입은 3억3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은 화물자동차, 음료, 편직물, 기타섬유제품 등이고, 캄보디아에서 의류, 신발, 가방 등을 수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농업부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캄보디아로부터 농산물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캄보디아 FTA 협상 하나만 놓고 볼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동남아 국가들과 FTA를 확대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다. 2007년 한-아세안 FTA가 발효된데 이어 2015년에는 베트남 FTA가 발효됐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과 현재 협상 중에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캄보디아 협상이 개시되면서 동남아국가 FTA를 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아국가와 FTA로 인해 열대과일을 중심으로 농산물 수입문턱이 더욱 낮아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동남아국가에서는 한국에 대해 농산물 양허를 적극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세안 FTA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아세안 FTA 발효 10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2017)’에 따르면 농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나 가운데 과일·채소의 경우 발효 전기(2007~2011) 연평균 수입액이 3억5100만 달러에서 발효 후기(2012~2016) 6억2900만 달러로 8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FTA 발효 이전과 비교하면 과일류 수입이 더욱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베트남 FTA 또한 발효 이후 열대과일 수입이 본격화됐다. 아세안FTA에서 양허 제외됐던 바나나의 경우 베트남 FTA 발효를 틈타 2015년 수입량이 200톤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는 6500톤으로 급증했다. 관세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망고를 비롯해 레몬과 자몽 등 가공과일 수입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산 과일의 베트남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열대과일 수입량에 비교해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연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겠다고 밝힌 필리핀 FTA에 이어 캄보디아 FTA가 가세하면 동남아산 열대과일 수입상승 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벌써부터 캄보디아산 망고 수입 파장이 일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캄보디아에 농산물유통센터를 설치하고 망고 등 캄보디아산 열대과일을 직접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산 망고의 수입량이 2019년 4.8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5월까지 84톤으로 벌써 지난해보다 1750% 늘었다.

이에 대해 한농연 등 농민단체와 과수농가들은 FTA를 등에 업고 대기업이 열대과일 수입에 나서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