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농업정책보험금융원 토론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9일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농업인안전보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임의가입 방식 '민영보험' 한계
보험 약관·급여체계도 불합리

가입률 60%대 그치는 데다
저소득층 오히려 배제 '문제'
20
·30대 젊은층 가입 기피도

당연 가입 형태로 개선 목소리

현행 농업인안전보험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70~80%를 지원하는 정책보험임에도 불구하고 민영보험사인 농협생명보험이 관리·운영하면서 많은 농민들이 혜택에서 배제되는 등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따라서 현행 농업인안전보험의 불합리한 약관과 급여체계를 개선하고, 향후 전 농업인이 당연 가입하는 형태의 사회보험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지난 9일 LW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농업인 안전재해보장제도의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 농업인안전보험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날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김진수 교수는 “농업인안전보험은 정부가 보험료의 70~80%를 보조하고 있음에도 가입률이 여전히 60%대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는 임의가입 방식에 기초한 민간보험의 한계로, 농업인안전보험이 본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현재 농업인안전보험 가입률은 63.3%로, 나머지 농민들은 여전히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

김 교수는 우선 현행 임의가입 방식으로 인해  재해에 취약한 저소득층이 오히려 보험가입에서 배제되는 역재분배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령대별 가입률을 보면 20대가 0.9%, 30대가 9.5%에 그치면서 젊은층일수록 재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 

김 교수는 “고위험군에 속한 노인들은 계속 가입을 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저위험군인 젊은 세대들은 가입을 꺼리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누구라도 일을 하다 다치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장애 발생시 재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망시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한 산재형 상품을 출시했음에도, 여전히 보장수준이 낮고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형’ 가입률이 70%를 넘고 있다”면서 “이는 농협이 대출상품 판매시 ‘꺾기’ 등의 형태로 가입을 유도하는 등 비자발적 요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위험부담에 대한 보험료 산정이 불합리하고, 보험급여 체계가 우리나라 농작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짚었다. 그는 “부부형의 보험료를 1인형의 두 배로 책정, 보험료가 저렴한 1인형에 남성들 중심으로 가입하고 있다. 이는 가족단위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농작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게다가 농작업 재해가 농작업 인력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 보험료를 이런 식으로 산정하는 것은 보험료 수지상의 기본 원리에도 벗어난다”고 꼬집었다.

“사회보장적 성격 강화해 촘촘한 사후보상체계 구축을”

김미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농업부문의 높은 산업재해율로 인해 자영업자에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국가에서도 농업에 대해서는 특별히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국가가 다수”라면서 “농업인안전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해 촘촘한 사후보상 체계를 구축하되, 농작업 사고 발생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사전예방 활동을 통해 사고발생률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인 안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두고 예산 늘려야"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인안전보건팀 이경숙 박사는 “농작업으로 인한 사고나 질병 등 농업인 재해율이 일반 근로자의 1.5~2배가 넘는데도 그동안 이를 단순히 ‘고령화’ 문제로 치부, 농업인에 대한 직업적 안전보건서비스가 완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농업인의 안전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농업인안전보험의 사회보험화는 물론 위험을 초래하는 농작업 환경을 개선하는데 정부 예산이 대대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이 원하는 상품 개발, 정책연계 통해 가입 유도를"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입률이 높아져야 위험률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고, 실효성 있는 보험상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보험상품을 충분히 개발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직불금 지급과 연계하는 등 농업인들의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국민 고용보험시대, 안전보험도 사회보험화해야"

김영문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최근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시대를 선언하고, 1인 자영업자들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포함시키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민영보험인 농업인안전보험도 당연 가입의 사회보험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임채홍 사무관은 “현 농업인안전보험은 재정 여건상 임시적인 조치로 시행한 것으로 정부도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사회보험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예산으로, 비용 절감 방안이 함께 연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민연태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은 “농업인안전보험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영세 고령농을 위한 마지막 사회안전망”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산재보험 수준으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실천이 부족하고, 여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보험기간 중 사고가 났는데도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의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사고나 발상을 뛰어 넘어 사회적 약자인 고령농, 영세농에게 꼭 필요한 제도가 정착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사망보험금 미지급 유족 울분 토로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운기 전복사고로 사망했지만 보험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북 봉화와 전남 보성의 유족이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나 농협은 문제점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정확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유족인 김우열 씨는 “장인어른이 보험 만기 2주전 경운기 전복사고가 나서 의식불명의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돌아가셨다. 그 와중에도 생사의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의사가 유족에게 연명치료 여부를 물을 만큼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면서 “만기 전에 재가입을 하려고 했지만 입원을 이유로 재가입도 안시켜주고, 그럼 보험금을 받고 싶으면 장기간 치료를 받지 말고 죽으란 얘기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김찬수 농협생명보험 정책보험추진팀장은 “약관의 문구상 해석 부분에 있어서 유족 분들과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반 생명보험 약관상 금감원도 보험기간 중 사망을 해야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이런 사례가 1년에 한 번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농식품부와 농금원에서 이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 9월 1일부터는 특약을 신설해 보험기간 종료 후 30일까지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도를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토론회에서 최영철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일반보험의 경우에도 사고의 직접 결과로서 발생한 후유장애나 사망에 대해서는 보험기간이 종료된 이후라 할지라도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까지는 보상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보험에서 이렇게 불합리한 약관을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아무 기준도 없는 30일 연장 특약도 문제가 있는 만큼 하루빨리 불합리한 보험 약관을 수정하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농민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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