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농정과제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주관한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농정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농정 전환”
농촌 공간계획·농산어촌 뉴딜 등
정부 대책 키워드 내세웠지만
농민들은 “뭐가 달라졌냐” 답답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21대 국회가 풀어야 할 농정 과제들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기존 농정과제에다 ‘포스트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국가적 대응 과제까지 더해지며 논의 의제가 광범위해지는 양상이다. ‘농정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비슷했지만, 대책에 접근하는 시각은 정부와 현장 농민 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모습은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잘 나타났다.

이 토론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주관했고,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농정과제’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정부 관계자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농정 전환에 대해 입을 모으며 ‘비대면 사회 전환을 위한 농촌 공간계획 수립’, ‘농산어촌 뉴딜’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지만, 기존 농정 틀 전환에 대한 농업 현장 관계자들의 의문과 갈증이 여전했다. “농정 틀이 무엇이 바뀌었는지, 도대체 언제 전환되는 것이냐”는 답답함이 터져 나왔다. 고질적인 농업 소득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농정 전환 필요=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21대 국회가 풀어야 할 농정 과제들에 대해 ‘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 과제로 연결했다. 코로나 국면과 기후위기 대응 추세에 맞춰 대대적인 농정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농정 역시 ‘한국판 뉴딜’(디지털 뉴딜+그린 뉴딜) 추진으로 농업·농촌 부문의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후 위기·감염병 위기·경제사회위기 극복과 선도형 경제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그동안 바람직한 농정 전환 방향이었으나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던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은 “문재인 정부는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을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쌀값 안정, 가축질병 피해 최소화 등의 노력을 해 왔다”며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개혁을 지속 추진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범수 정책기획관은 이어 “두 번째는 코로나19라는 바뀐 환경에 대응한 포스트코로나 농정개혁 방향이다. 농촌 공간의 계획적인 정비를 추진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 농촌 공간계획에 따라 농촌을 다시 구성해보자는 계획이며,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며 “농촌재생 뉴딜은 코로나19 상황과 연계돼 있지만, 농촌 정주 여건이나 삶의 질 부분이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농업소득 최소 50% 이상 직불제로 보장…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시행을”

포스트코로나 대비 ‘한국판 뉴딜’
기후위기 대응·지역 관점 없어
‘농산어촌365 뉴딜’ 제안도

선택형직불제 예산 확보 관건
농업인 규정 손질 머리 맞대야
식량 안보·안정적 수급 위해
공공수매제 등 국가계획 필요

 

황수철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위원장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에 농산어촌 재생에 대한 관점이 빠져있다며, 이런 부분을 보완한 “농업농촌 대전환 프로젝트”인 ‘농산어촌365 뉴딜’을 적극 제안한다고 밝혔다.

황수철 위원장은 △계획적·체계적 인구이동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기존 농산어촌개발 방식이 아닌 공간계획적 접근(농촌계획, 농촌재생) △농업농촌의 스마트화 등을 정책 우선순위의 주요 키워드로 꼽으며, “이런 키워드들이 농정의 중점 과제, 정책 우선과제가 되려면 농어민을 포함한 당정청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농특위를 통해, 나아가 농산어촌뉴딜특별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합의되고 실천되는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존 농정 틀 전환 등이 더 시급=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농업 단체 관계자들의 시각은 이와 차이를 보여 대조됐다. 농업소득 향상, 공익직불제 개선, 공공수매제, 농업 예산 확보 등의 농정과제 해결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광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시사점은 공익의 가치가 사적인 가치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향후에 굉장히 많은 역할을 농업 분야에서 맡게 될 것이라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활동들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앞서 농업인들이 어느 정도 소득을 갖추고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이런 논의들은 무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김광천 사무총장은 “올해 시행되는 공익직불제 중 선택형직불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가급적 모든 품목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면 예산 확보 과정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면서 “또 농지 전수조사를 이제라도 해야 하고, 농업인 규정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돼 있는데 농지 문제와 함께 이 부분을 국회와 농업계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혁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위원장(농민의길)은 “지금까지 정부 농정의 근간은 시장에 맡긴 경쟁력, 효율성, 생산성 중심의 농정이었다. 지금 농정도 이 틀에서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산업과 경쟁력 중심의 농정 틀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농정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혁 위원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소득 문제다. 1000만원 수준의 농업소득이 수 십년 동안 제자리걸음인 상황을 그대로 두고 청년농업, 스마트농업을 만들어본들 누가 와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겠냐”라며 “식량주권 문제도 식량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공공수매제 등 국가의 적정 계획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허헌중 국민행복농정연대 집행위원장은 “그린뉴딜 등 한국판 뉴딜 구상은 장밋빛 계획이지만 농민 없이 농촌은 가능할 수 없다. 21대 국회의 첫 번째 과제는 농정 틀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농업소득의 최소 50% 이상을 직불제로 보장할 수 있도록 이번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변동직불금 등 가격 보장 장치가 없어졌기 때문에 기초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현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21대 국회에서 다뤄야 할 축산 분야의 과제는 양분관리제 적용 문제와 축산물안전관리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하는 방안, 공익직불제의 축산 분야 도입 등 크게 3가지다”라며 “축산도 농촌을 지켜주는 산업이고 식량안보 산업이기 때문에 공익직불제가 잘 안착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농업분야 입법과제는=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책센터소장은 토론회 발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농정 전환 5대 방향인 △사람·환경 중심 농정 구현 △살고싶은 농어촌 조성 △농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 △스마트한 농어업 조성 △푸드플랜을 통한 안전 먹거리 제공 등을 짚으며, 이와 관련된 40건의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선택형직불 제도 설계 등 공익직불제 제도 보완을 위한 법 개정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강화 및 지원 근거 마련 등을 위한 친환경농어업육성법 또는 농업농촌공익직불법 개정 △경축순환·양분관리·축산환경개선 등 가축분뇨법·축산법·비료관리법 개정 △농지법 개정 △식량자급률 제고와 푸드플랜 근거 마련을 위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 △농어업회의소법 제정 △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 보장을 위한 농안법 개정 △농촌공간관리계획 법제화 △농협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공공단체위탁선거법·농협법 개정 등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개호 농해수위원장을 비롯해 위성곤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 민주당 서삼석·김승남·김영진·윤재갑·어기구·주철현·신정훈 의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정현찬 농특위원장, 박영범 청와대 농해수비서관, 농업 단체 관계자, 지역 농업인들이 대거 자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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