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
잭 런던. 윤미기 역. 한울. 2011. 1만5000원

외국인 특파원의 눈으로 본
100년 전 조선인 기록 통해
100년 뒤 우리들 모습 예측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코로나19를 가장 잘 대처했다고 해서 케이(K)방역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류와 케이-팝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매우 높아진 징표들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떨까? 100년 뒤에는? 100년 전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면 작은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까?

100년 동안에 있었던 여러 변수들을 앞으로 100년 동안 생길 변수들과 맞대어 보면 참고가 되겠는데 가장 중심 변수는 역시 사람이다.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잭 런던. 윤미기 역. 한울. 2011. 15,000원)>는 당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인 잭 런던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특파원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왔다. 사회주의자로서 질풍노도와도 같은 삶을 산 작가다. 조선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그냥 종군기자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책 내용은 아주 적나라하다. “조선인은 의지와 진취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구상의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비능률적인 민족이다.”라고 적고 있다.(61쪽) 우리 민족성을 이토록 인색하게 본 종군기자는 딱 한 가지 뛰어난 점이 있다고 했는데 “짐 지는 능력이다. 그들은 짐 끄는 동물처럼 완벽하게 일을 해낸다.”라고 했다. 아마도 지게 짐 나르는 걸 보고 감탄을 한 모양이다.

그가 ‘조선사람이 호기심이 많고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적은 걸 읽다 보면 코쟁이 낯선 외국 기자를 보고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수군거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미국에서는 흑인해방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맹렬하게 활동한 사회주의자지만 국운이 기우는 극동의 초라한 나라 조선인에 대해서는 서구적 우월감이나 무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당시의 조선인에 대한 서양인들의 보편적 인식일 것이다. 그는 조선인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토로했다. 서양인을 보면 구름처럼 몰려들고, 외국인에게 불친절하며, 전쟁이 나면 짐을 싸서 도망치기에 바쁜 조선인, 특히 부패한 관리들에 대해서는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129쪽에는 조선사람을 대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은 듯한 내용도 있다. “나의 사진 찍는 기호를 살려 모든 소재를 잡아 왔다. 머리에 가구를 이고 아이를 업고 가는 피난민을 잡아 왔는데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가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고 여기는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129쪽)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904년 러일전쟁을 벌여 조선 침탈과 대륙침략의 발판을 굳힌다. 이 러일전쟁을 취재한 저자는 아무래도 전시라 일본 당국의 검열과 통제가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압록강 안동지역에서 벌어진 포병전 실황은 현대전과 근대전을 확연히 구분 짓는 장면들이다(178-185). 우리의 삶의 터전 한반도 전역이 남의 나라 군대의 전쟁터로 불타올랐던 당시가 오늘 현실과 겹치기도 하다.

저자인 종군기자를 따라 100년 전의 조선의 풍물과 생활문화를 때론 실소를 머금고, 때론 애잔한 마음으로 들어 보는 타임머신이 될 듯하다.


[함께 보면 좋은 책] 격동 시기 살아가는 조선인의 삶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이자벨 버드 비숍. 신복룡 역주. 집문당. 2017. 2만5000원)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이자벨 버드 비숍. 신복룡 역주. 집문당. 2017. 25,000원)>은 63세의 영국 할머니가 쓴 책이다. 1894년 2월부터 1897년까지의 기록이다. 3년 동안 일본과 중국, 조선에 머무르면서 쓴 기록 중 조선에 대한 부분만 골라 엮은 책이라 시대적 변천도 눈에 띈다. 저자는 고령에 신체적 허약과 가정의 불행을 어떻게든 극복해 보고자 일본에 왔다가 조선에 들렀다. 동학혁명, 청일전쟁, 갑오경장이 조선을 휩쓰는 격동의 시기였다.

저자는 이 같은 역사적 사건들의 의미나 전투 상황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기록보다 당시 사회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그녀는 2월 추위 속에 일본을 떠나 부산으로 들어온다. 곧장 제물포로 이동하여 한강을 나룻배로 단양까지 여행하고, 금강산, 송도, 평양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만주, 시베리아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다니면서 조선인들의 삶을 철저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표범, 노루, 그리고 몇 종류의 사슴들이 한강 주변 산등성이에서 종종 눈에 띄었다. 처음에 나는 호랑이의 존재와 약탈행위를 믿지 않았다. 호랑이의 습격을 받아 개, 돼지, 소들은 물론 소년과 어린이가 언덕에서 잡혀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표범은 서울 장안에서도 포획되었다.”(81쪽)

주거지역은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 더러웠고, 여인숙은 해충과 바퀴벌레가 득실거렸으며, 관료들과 양반들의 횡포가 심해 농민들의 고통이 컸다고 한다. 그래도 외국 여자가 홀로 여행해도 될 정도로 치안은 안전했으며, 아름다운 산과 강이 넘치고 기후도 좋았다고 쓰고 있다.

저자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나 시베리아, 중국의 훈춘 지역에서 조선인 마을에 가서 부지런하여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조선인을 다시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정치가 안정된 지역에서 관료들의 횡포만 없으면 조선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대목이다. 이렇게 의역을 해 본다. “정치가 안정되고 관리와 재벌의 횡포만 없다면!”

<량치차오, 조선의 망국>
(량치차오. 최형욱 편역. 글 항아리. 2016년. 1만5000원)

<량치차오, 조선의 망국(량치차오. 최형욱 편역. 글 항아리. 2016년. 15,000원)>의 저자는 중국사람이다.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영국에게 대패하여 홍콩을 잃고, 태평천국의 난으로 나라가 헝클어진 상태에서 대표적인 개혁파 계몽주의자다.

1904년부터 1911년 사이의 조선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책이니 위의 두 책과 연대기가 잘 이어진다.

이 책 역시 조선에 대한 편파적인 시각과 왜곡이 많다. 상당 부분은 그가 저술 활동을 하며 접한 일본인 또는 일본의 관점에서 씌여 진 책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그렇다. 조선인들은 화를 잘 내고 일 만들기를 좋아하고 모욕을 당하면 분노하지만 금방 식는다고 말할 정도다.

1910년 9월 14일의 기록을 보자. 제6장 ‘조선 멸망의 원인’ 부분이다(86쪽). 강제 병탄이 이뤄진 직후다. 저자는 조선의 멸망을 분석하면서 중국과의 역사 관계, 당쟁, 대원군의 실책,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한다. 지도자가 제 역할을 못 하고 백성이 무기력한, 한 나라가 쓰러져 가는 모습의 전형이 보인다.

이 책은 저자가 쓴 10여 권의 책에서 추려 모은 것이다. 중국을 계몽시키기 위해 쓴 글이지만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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