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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생산량 반토막 났는데···문제없다는 정부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냉해 탓 2년 연속 1만톤대 전망
다수 농가 계약물량 못 채울 듯

재고 많아 재배면적 확 줄인
지난해 수준으로 생산량 저조 
정부, 처리해야 할 비축밀 1만톤
판로도 마땅치 않아 손 놓은 듯 

‘밀산업육성법’ 시행 원년부터
밀 자급률 9.9% 달성 ‘빨간불’


'밀산업육성법' 시행 원년임에도 냉해 피해로 밀 생산량이 반토막 나면서 2년 연속 1만톤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에 저장시설에 재고가 있는 곳을 빼면 대다수 농가에서는 당초 수매 계약 물량을 다 못 채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밀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량이 전년과 비슷하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농가에서는 냉해 피해에 정부의 무관심까지 겹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우리밀 유통업체인 심상준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 대표는 “전주, 김제, 해남, 장흥 일대 농가들과 올해 950톤을 계약했지만, 지금 상황으론 계약 농가만으로 원래 계약 물량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음알음 밀을 재배하는 농가들까지 포함해서 겨우 계약 물량의 80~90% 정도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밀 산지에서는 지난해 밀 파종 면적을 줄여 재고 부담을 완화한 만큼, 올해는 재배 면적을 늘리고 수매 계약 물량도 올렸다. 지난 2017년부터 불거져 온 구곡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됐고, 올해는 ‘밀산업육성법’ 시행 원년이기도 한 만큼 밀 자급률을 높인다는 기대도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봄 냉해가 전국적으로 밀산지에 영향을 끼쳤고, 산지에선 냉해 피해로 계약물량을 못 채우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천익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장은 “현재 잦은 비로 수매 일정이 늦어졌지만, 익산·장흥 등 이제 일부 지역만 수매가 남은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냉해 피해로 당초 30% 수확량 감소를 예상했지만, 실제 탈곡을 해보니 50% 이상 감소하는 등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올해 냉해로 밀 생산량이 40~50% 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예견에도, 농식품부는 작년과 비교해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반응이다.

지성훈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올해 밀 냉해 피해 상황을 알고 있으며 어느 정도 피해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 전체 생산량은 집계되지 않아 생산량이 40%까지 줄었다고 보고 있진 않다”며 “일단은 올해 파악해본 결과 지난해보다 단수가 줄어 밀 생산량이 2만톤 미만이 될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전체 생산량이 작년보다 줄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지에서는 일부러 면적을 줄인 작년 생산량과 올해 냉해로 생산량이 절반까지 떨어진 걸 비교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 입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비축밀도 1만톤이나 있는 데다 우리밀 판로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내심 올해 생산량이 줄기를 바라는 모양새로 보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우리밀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올해 냉해로 밀 생산량이 준다고 해도, 심지어 밀 생산량이 1만톤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오히려 정부는 속 시원한 상황이 아니냐. 판로처도 없는 밀이  생산이 많이 된다고 하면 재고 문제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올해 같은 상황이 잘 됐다고 판단 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앞서 지난 6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맥류 재배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밀 재배면적은 5224ha. 작년보다 재배면적이 약 40% 증가한 수치지만, 이는 작년 파종 당시 구곡 재고량이 많아 산지에서 일부러 재배면적을 줄인 기저효과 때문이다. 실제 작년 밀 재배면적은 3736ha로 2017년 9283ha, 2018년 6600ha와 비교해보면 절반 이상 급감한 재배면적 수준이다.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밀 생산량 역시 약 1만4594톤(추정치). 올해는 재배면적이 늘어 원래대로라면 생산량도 다시 2만톤대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냉해로 생산량이 40% 감소될 경우 다시 1만톤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년 연속 밀 생산량이 1만톤대로 떨어진다면 정부가 목표로 한 밀 자급률 9.9% 달성은 물론 우리밀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중대한 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밀 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에서는 기업 이미지와 홍보를 위해서 수입밀 대신 우리밀을 일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국내에서 우리밀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현재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조차 이를 사용할 명분이 없어지는 셈이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우리밀 생산 기반은 갈수록 힘을 잃어 뒷걸음치고 있는 한편 지난해 식용으로 수입된 밀은 240만톤. 여전히 국내 자급률은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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