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업계 시선 쏠린 창녕농협공판장, 올해 첫 경매 가보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김관태 기자]
 

▲ 지난 1일 창녕농협공판장에서 올 들어 첫 마늘 경매가 열렸다. 이날 가격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많은 마늘 농가들이 공판장을 찾았다. 사진은 경매 진행 중 농가들이 경락가 등 거래 정보가 표시된 전광판을 통해 가격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7월의 첫날 마늘업계 시선이 창녕농협공판장으로 향했다. 창녕농협 성이경 조합장 등 농협 관계자는 물론 한정우 창녕군수,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 정재민 경남도 농정국장 등 마늘산업과 관련한 주요 기관, 단체 관계자들은 창녕농협공판장에서 올해 처음 열리는 경매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출하 농가들도 대거 참석, 시즌 첫 시세 동향을 유심히 살펴봤다.

첫날 형성된 경매 단가는 대서종 1kg 상품에 3025원.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자 농가들은 한 시름 놓으면서도, 앞으로의 시세가 어떻게 형성될지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날 경매 현장에선 ‘홍수 출하 자제’와 ‘분산 출하 중요성’, ‘중국산 종구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대서종 1kg 상품 3025원 등
첫날 기대보다 높은 가격대
“당분간 이 가격 유지될 수도”

코로나19·경기 침체 우려로
유독 수급 전망 어려운 올해
“분산 출하 중요한 시즌” 당부

미·중 갈등으로 수출길 줄어든
중국산 종구 싸게 풀릴 우려
사용 땐 ‘정부지원 제외’ 방침 


▲마늘 가격 전망=첫 경매 시작 전에 만난 농가들은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정부 수급 대책이 두 차례 전개돼 가격에 대한 기대를 하는 농가가 있었던 반면 밭떼기가 신통치 않았다는 점 등으로 낮은 가격대를 예상하는 농가도 있었다. 

경남 김해에서 3만3000㎡ 가량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문병관 씨는 “마늘을 갖고 나오진 않았지만 마늘 가격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경매장에 왔다”며 “정부 대책이 제대로 먹혔다면 대서종 1kg 상품에 3000원 이상은 나와 줘야 하고, 그렇게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북 청도 박성수 씨는 “7000평(2만1000㎡) 정도 마늘 농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가격이 너무 안 나와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워낙 매스컴에서 마늘 소비가 안 된다고 하니 1kg에 2500원을 넘지 못할 것 같다. 2500원 정도만 나와도 밑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경매에선 대체로 농가들 기대치만큼의 경매가는 형성됐다. 1일 평균 경락가격은 1kg 상품 기준 대서종 3025원. 유통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창녕농협공판장 방기성 장장은 “경매 초반엔 조금 낮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경쟁이 붙어 당초 전망보다 높은 가격대가 나왔다”며 “이 정도 선만 유지되면 좋을 것 같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가격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산 출하 중요=이날 경매 현장을 찾은 마늘 농가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경매가격 추이를 유심히 살폈다. 얘기 도중엔 인근 공판장 낙찰가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늘은 가격만 보러 왔다는 농가들도 많았던 만큼 앞으로의 가격 형성에 농가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상황.  

조심스레 가격지지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올해는 유독 마늘 수급 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변수와 경기 침체 등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홍수 출하 자제와 분산 출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방기성 장장은 “올해 워낙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아 아무래도 관망하는 분위기도 예전보다 강하고, 조만간 장마가 본격화되는데 그 이후에 홍수 출하 우려도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출하 횟수를 늘려 평균 단가를 유지하는 쪽으로 출하하는 게 농가엔 유리하다. 분산 출하가 유독 중요한 시즌”이라고 당부했다. 

▲중국산 종구 사용 우려=현장에선 생산량은 늘고 미·중 갈등으로 미국으로 수출길은 줄어든 중국산 마늘 종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방기성 장장은 “중국산 마늘이 관세(360%)를 다 주고도 국내에 3000원 이하로 들어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 일부 수입업체들은 중국산 종구를 판매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만약 중국산 종구가 국내 산지에 대거 풀리면 국내에서 종구용으로 가지고 있던 마늘이 시장에 나와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산지에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중국산 종구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양념채소팀장은 “중국산 마늘이 현지에서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는데 중국 생산량이 늘었고 수출길은 막혀 중국 마늘 가격이 지금 수준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선 중국산 종구를 사용하는 곳은 마늘 관련 지원책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아직 360%라는 관세를 매기고도 국내에 들어올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만일 가격이 더 낮아져 중국산 종구를 사용하게 될 경우 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수급조절 대책 등 정부 지원 사업에서 일절 제외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매 현장 대거 찾은 정부·지자체 관계자들

창녕농협공판장 마늘 경매 현장에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마늘산업과 관련한 여러 제언과 함께 당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성이경 조합장은 “지난해엔 마늘업계가 모두 다 어려웠는데 다행히 올해엔 마늘 생산 농가 노력과 정부 수급 대책 등으로 마늘 산지 가격이 그나마 상승세를 보여 다행”이라며 “앞으로 의무자조금이 만들어지면 유통명령제라던지 수급조절을 더 철저히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농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믿고, 농가가 주도하는 수급조절이 이뤄지면 마늘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지난해 생산량 증가와 소비 둔화가 겹쳐 마늘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마늘 농가들이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올해엔 이미 생산량 조절도 했지만, 앞으로 규격 정품을 잘 손질해 수급 조절하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군에서도 농가들이 피땀 흘려 재배한 마늘 가격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올해 수급대책이 두 번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늘산업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올해엔 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친 수급 대책으로 평년보다 물량이 적게 유통되도록 했다. 이 대책이 잘 유지되려면 산지에서도 좋은 품질의 마늘을 잘 선별하고, 무엇보다 홍수 출하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의무자조금 단체 설립이 목전에 와 있고, 이게 설립되면 첫 번째 해야 할 것이 농업인 스스로 수급조절 노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경작 면적 신고, 면적 조절, 유통 규격 설정 등 농업인이 중심되는 마늘 유통이 이뤄지길 바라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재민 경남도 농정국장은 “적극적인 수급조절 정책으로 마늘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홍수 출하 방지 등 여러 노력을 통해 좋은 가격을 받길 바라며, 도에서도 수급 안정을 농정 제1과제로 놓고, 농식품부와 함께 수급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욱·김관태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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