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지난 6일 서울 aT센터에서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제26차 농어촌지역정책포럼이 열렸다.

유해물질 배출공장 등 입지
주민들 환경권 위협 심화
특정용도제한지구 지정하거나
마을보호구역 도입 검토를

지속적 토지이용규제 완화로
한쪽은 난개발, 한쪽은 저개발

공장축사 등 계획입지 시급

도시민 유치가 아니라
농촌 공동체 유지를 목적으로
공간계획 수립 고민해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 김홍상)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지난 6월 30일 서울 aT센터에서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방향과 과제’란 주제로 제26차 농어촌지역정책포럼을 개최, 지자체 담당자, 현장 활동가, 전문가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오용준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압축 성장으로 토지이용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농촌지역 중심으로 제조업 공장입지가 확대되면서 농촌 주민들의 환경권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충남의 경우 유해화학물질 배출공장이 564개로, 충남인구의 5.2%인 11만명이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환경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토지이용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규제를 감내할 수 있다는 응답이 자연환경취약지역은 64.3%, 생활환경취약지역은 72.9%로 나타났다”면서 “환경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특정용도제한지구를 지정하거나 추가 제조업 입지를 불허하는 마을보호구역 도입 등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했다. 

특정용도제한지구는 주거 및 교육환경 보호, 청소년 보호 등을 목적으로 특정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는 제도로, 도시지역에서는 지정된 바 있으나 관리지역 및 농림지역 지정실적은 없는 상황이다.

성주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편에선 사전 계획이나 주변 환경과의 고려 없이 난개발이 벌어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빈집과 노후주택이 증가하는 등 저개발 문제가 심각하다”고 농촌의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농촌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림지역, 관리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에 대한 관리체계 구축이 미흡한 상태에서 여전히 농촌을 미개발지 또는 도시·산업개발을 위한 ‘빈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일본의 농촌 공간계획 사례를 소개한 그는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통해 농촌다움을 유지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위해 공장·축사 등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시설은 적정한 공간에 계획 입지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농촌의 자원과 공간구조 등을 고려한 토지이용 구상을 마련하고, 농촌공간계획과 연계한 농촌협약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인중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현재 농촌 공간이 당면한 문제를 노후화와 규제 완화로 인한 시설 난립, 두 가지로 짚었다. 김 국장은 “현재 농촌 마을들이 대부분 70~80년대 만들어져 40~50년이 지나다보니 노후화가 심각한데, 주민들의 고령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새로운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농지와 산지 이용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람이 사는 마을에 공장·축사·태양광 등의 모든 시설이 들어와 난립하는 문제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도시지역의 경우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 등으로 용도가 구분돼 관리되어 왔지만, 농촌지역은 용도구분 없이 대부분 개발 성격이 강한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입지규제 없이 거의 모든 용도의 시설이 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농촌공간계획제도를 도입, 도시계획처럼 주거지역과 산업지역, 신재생에너지지역 등을 각각 분리해 집적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난개발 상태가 되는데 걸린 시간이 25년 남짓이었다면 이를 정상화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농촌재생뉴딜사업을 추진, 적극적으로 재정 투자를 확대하고 지자체, 농촌 주민들과 함께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농촌마을을 지나다보면 골프장 반대, 태양광 반대, 화장장 반대, 노인치매시설 반대 등 수많은 현수막들을 먼저 목격하게 된다”면서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다양한 농촌개발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정작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발생으로 마을 3개리가 폐쇄되자 마을회관 등 수십억을 들인 면단위 생활기반시설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면서 “도시민 유치가 아니라 농촌공동체 유지를 목적으로 놓고 공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홍상 원장은 “농촌공간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이용계획으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농촌 난개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농촌 공간계획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는 동력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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