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외 확대·시장도매인 도입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 논란 가열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 산지출하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서울건해산물(주)가 산지로부터 받아 놓은 다시마. 5~6월 사이 주로 완도지역에서 출하되는 다시마는 이곳에서 경매를 거쳐 중도매인에게 넘어간다.

‘공영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수산부류에서 종사하고 있는 중도매인들이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산지수집 금지조항을 어기고 산지로부터 물건을 수집해 직접 분산하거나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형식경매나 기록상장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의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 처음으로 알려진 가락시장 수산부류 불법거래 문제가 서울시공사의 중도매인 대상 유통조사결과 설명회를 거치면서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농안법이 금지하고 있는 중도매인의 산지불법수집행위를 적발하고도 농안법에 따라 시장 내 거래질서를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행정조직인 서울시공사의 관계자가 설명회에서 ‘현행 농안법이 수산부류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는가 하면 ‘가락시장 내 수산부류에 도매시장법인이 필요하냐?’는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상장예외품목과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의 사실상 중도매인의 권한 확대를 시사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정치적 해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이뤄졌다는 수산부류 유통실태조사에 이어 5월 21일 서울시공사가 내놓은 가락시장 수산부류 실태조사결과 관련 보도자료, 이후 3개 도매시장법인의 공동대응 보도자료,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서울시공사의 부류별 중도매인 대상 유통조사결과 설명회를 토대로 주요 논란을 점검해본다.


#유통조사결과 공개 ‘논란 촉발’

중도매인 산지 수집행위 두고
도매법인에 수탁권 부여
기형적 유통구조 탓 진단


서울시공사는 지난 5월 21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8개월간 실시한 가락시장 수산부류 유통실태 조사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서울시공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골자는 현행 농안법 상 상장품목은 출하자로부터 도매시장법인이 수탁 받을 수 있고,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수탁받은 물건을 경매나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구매해 소비지에 분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유통조사결과, 분산을 담당해야 할 중도매인이 실질적으로 산지에서 물건을 수집하고 이를 직접 다른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가 하면 도매시장법인에 수탁하는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서울시공사는 또 보도자료에서 △수집을 할 수 없는 중도매인이 직접 수집을 한 사례 △대량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일명 대판중도매인이 산지출하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분산중도매인에게 판매한 사례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매입하는 사례 등이 유통조사결과 드러났다고 구체적인 불법거래 유형까지 공개했다.  

서울시공사는 또 이 같은 중도매인의 불법적인 산지수집행위가 농안법이 ‘도매시장법인에게 부여하고 있는 수탁권으로 인해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강화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수산부류의 거래제도 상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매시장법인이 문제?
서울농식품공사-도매시장법인 ‘신경전 팽팽’

중도매인 불법 산지수집 두고
공사는 도매법인 탓하기
도매법인은 “관리 책임 외면”


이같은 중도매인의 불법적인 산지수집행위가 농안법상 ‘도매시장법인에 주어진 수탁권으로 인해 강화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서울시공사의 보도자료가 나오자 가락시장 수산부류 3개 도매시장법인은 서울시공사의 보도자료 발표 후 2주 만에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서울시공사의 보도자료는 현행 농안법상 도매시장법인에게 주어진 수탁판매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현행 농안법에 따르면 중도매인의 수탁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만약 공사가 유통실태조사결과 중도매인의 수탁행위와 같은 위법행위를 발견했다면 농안법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질서 유지가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3개 도매시장법인 대표자들은 이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이나 중도매인의 불법거래가 문제라면 관리·감독을 하라는 입장문이었다”면서 “현행 농안법을 도매시장법인에게도, 중도매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라는 것이었는데, 서울시공사가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한 유통실태조사 설명회에서 ‘처벌을 위해 실태조사를 한 것이 아닌데 도매시장법인들이 처벌을 하라고 해서 중도매인들을 처벌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3개 도매시장법인 대표들은 또 “서울시공사가 지난 2015년에 코다리명태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려 하면서 유통실태조사를 했었고, 그래서 이번 유통실태조사에 대해 도매시장법인들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면서 특히 “조용히 처리할 것이었다면 서울시공사가 불법거래가 만연해 있다는 내용의 유통조사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왜 공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농식품공사 주장은
“농안법, 수산부류 유통실태와 맞지 않다” 주장

시장도매인 필요성 등 제기
상장거래 두고 회의적 시각에
“관리감독 소홀 반증” 목소리


이후 6월 10일부터 22일까지 예정으로 진행된 서울시공사의 중도매인 대상 유통실태조사결과 설명회에서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현행 농안법이 수산부류 유통실태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골자는 중도매인의 산지수집이 만연해 있고, 국내 수산물은 산지위판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수입수산물도 수입과정에서 이미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락시장에서 다시 경매가 이뤄질 경우 경매수수료를 내야하는 중도매인들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사실상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상장거래 자체가 문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지난 달 열린 중도매인 대상 설명회에서 “수산물에 도매시장법인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것을 지금 현재 누구에게 의문을 부여하고 있는가하면 농식품부 장관과 해수부 장관에서 묻고 있다”며 “도매시장법인은 (지정기간은) 2021년 12월 31일까지다. 5년씩 부여하고 있는데 내년이면 끝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법인들은 사실상 지정권을 가진 서울시공사가 법인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현행 농안법에 대한 서울시공사의 ‘맞지 않는 옷’ 주장은 그간 서울시공사가 수산부류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왔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산지수집·상장·중도매인에 판매’ ‘중도매인=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상장거래 후 분산’이라는 방식으로 농안법에서 이들 주체의 업무를 분장한 건 지난 1995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와 정부가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장·경매제도를 도입하면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업무를 엄격히 분장한 것은 경매를 거치지 않고 불투명하게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명 ‘칼질’폐해 등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상장·경매를 도매시장 거래의 원칙으로 정하면서 도매시장법인에게는 수탁권을 주는 대신 중도매인과 경합되지 않게 직접 판매를 금지하고, 중도매인에게는 분산·판매권을 주는 대신 도매시장법인과 경합되지 않도록 산지수집을 금지했던 것.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 내에서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를 대표하고 중도매인은 소비자를 대표하면서 공영도매시장에서 생산자-도매시장 유통주체-소비자의 이익이 투명하게 공존하도록 한 것이 경매제도 도입 이유였다”고 말했다.


#불법행위 처벌 미뤄 도마위
상장품목, 상장예외 전환…불법거래 합법화 ‘눈살’

처벌 대신 상장예외 지정
2015년에도 비슷한 사례 있어
가락시장 청과부류도 긴장


2015년 수산부류에서 벌어진 코다리명태 상장예외품목 지정 소송 사건. 당시 1심 행정법원의 판결로 코다리명태는 상장예외품목으로 최종 지정됐지만, 상장예외품목 지정의 핵심이유로 작용했던 중도매인들의 불법행위는 처벌받지 않았다. 

지난 2015년 7월 14일자로 비공개 작성된 서울시의 가락시장 수산물 거래실태 특별점검 결과 및 거래방법 지정계획 보고서. 이에 따르면 2014년 12월 1일 열린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코다리명태 등 2개 품목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자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및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 각종민원이 제기됐고 서울시 민생경제과장 외 6명으로 구성된 특별점검단이 같은 해 12월 27일부터 2015년 2월 17일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중도매인들의 불법거래행위가 적발됐다.

이후 2015년 3월 6일 이해관계자 간담회와 3월 24일 공청회가 개최됐고, 공청회 이후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와 서울시공사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특단의 대책마련 촉구 △각종 탈법과 불법적인 거래관행에 대한 엄정한 대처 등을 요구했다. 당시 서울시 특별점검에서는 코다리명태의 경우 8명의 중도매인이 개인수탁을 받아 기록상장하는 행위를 인정하고 편법으로 이중정산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같은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처분 유예를 추진했다. ‘특별점검의 근본 목적이 상장예외품목 지정의 법적 요건 충족여부를 확인해 거래방법을 최종 결정하려는 것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들 중 6개 중도매인이 형집행정지를 위해 제출했던 ‘가락시장 코다리명태 유통정상화를 위한 서약서’에 따르면 농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중도매인의 산지수집은 물론, 장외거래, 산지출하주 통장을 중도매인이 가지고 있으면서 1주일 단위로 실 출하자에게 송금해주는 등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유통실태조사 결과 설명회에서도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불법영업을 한 중도매인들에 대해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영업중단 등의 조치가 아닌 과태료 처분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서울시도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코다리명태의 경우도 중도매인의 불법사례가 적발됐지만 상장품목이었던 코다리명태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전환함으로써 결과론적으로는 이어져온 불법거래관행을 합법화해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상장품목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게 사실상 불법거래를 용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수산부류실태조사에 이어질 향후 추이에 대해서는 수산부류 3개 도매시장법인뿐만 아니라 가락시장 청과부류 6개 도매시장법인들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공사의 중도매인 대상 거래 실태조사→직접수집·기록상장·형식경매 등에 대한 중도매인의 불법거래 진술 확보→해당품목의 상장예외품목 지정 필요성 주장→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통한 상장예외품목 지정 결정’으로 이어지는 기존 상장예외품목으로의 전환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안법으로 전환 시도했지만
시장도매인 도입·상장예외 지정 골자 농안법 개정 무산

박완주 의원 개정안 발의
농식품부·해수부 반대 확고
수정안 상임위 논의 그쳐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농안법 개정을 제안했었다. 민주당에서 제안했다가 통합당이 반대해서 안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입법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이 정비될 것 같다.’ 중도매인 대상 유통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나온 서울시공사 관계자의 말을 요약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의 심의 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지난해 7월. 공교롭게도 서울시공사는 수산부류에 대한 유통실태조사를 7월에 시작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안법 개정안은 △도매시장개설자가 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을 요청할 경우 농식품부장관 또는 해수부장관이 ‘승인해야 한다’는 승인의무조항 신설과 △이미 가격이 결정돼 입하된 수입농수산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자는 게 골자였다.

이 같은 안은 20대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최종 시장도매인 도입 의무승인 조항은 ‘할 수 있다’는 선택조항으로, 수입농수산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개설자가 아닌 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수정안 마련돼 논의됐지만 계류되면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이어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폐기됐다.

당시 농안법 개정안 심의과정에서는 미래통합당의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농식품부와 해수부의 입장이 완강했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열린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해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서는 거래 투명성 문제와 경매 위축, 시장도매인제도에 대한 여전한 논란 등을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입농수산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수입수산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할 경우 “상장예외가 50% 이상이 되기 때문에 해수부에서도 굉장히 우려가 크다”며 해수부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영도매시장에서의 거래는 상장거래가 대전제이며, 상장예외품목은 예외적으로 정해놓은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 중 수입수산물이 절반이나 되는데 이걸 상장예외로 푼다는 것은 거래제도 전반을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수부 입장은

“개설권자는 현행법 준수, 위법사항 대응해야
경매제 없애는 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아냐”


지난달 서울시공사는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통실태조사결과 설명회에서 현행 농안법이 수산부류 유통실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황준성 해수부 유통정책과장은 “현행 규정상 위반 건이 발생했을 경우 개설권자는 법을 준수해야 하며, 법을 먼저 정당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 “지키지 못할 법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산부류 상장예외품목 확대와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 그는 “현재도 자신들(서울시공사)에게 주어진 시장관리운영위원회라는 논의기구가 있고 이해당사자간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서 “이해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조정이 안된다면서 구조적으로 정부에게 풀어달라고 하는 것인데, 양쪽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서울시공사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공사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장경매제도가 없어질 경우 기본적으로 농어민이 피해를 본다는 게 유통업자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라면서 “경매제 자체를 없앤다는 것은 대변혁 수준의 유통구조의 변화 없이는 어렵고, 쉽게 정부가 바꿔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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