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지난 6월 29일 강원도 홍천군 무궁화수목원에서는 홍천 숲 여행 체험단으로 선정된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지역 먹거리 생산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과 재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홍천 숲 여행’ 체험해보니

‘숲 여행’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신선한 공기와 푸른 자연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 숲속에서 요가나 명상을 하거나 지역 먹거리로 만든 건강한 식사와 스토리가 있는 멋진 술을 즐기는 건 왠지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 같은 자연 속 온전한 ‘쉼’을 만끽할 기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슬로푸드문화원과 강원도 홍천군이 마련한 ‘홍천 숲 여행, 홍천 팜투테이블 내일의 식탁’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 29일 강원도 홍천군 무궁화수목원에서는 홍천 숲 여행 체험단으로 선정된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직장인,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싶은 요리사, 건강한 식탁을 고민하는 주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이곳 홍천에 초대를 받았다. 모든 행사 일정은 코로나19의 생활 속 방역 지침에 따라 진행됐다.


한반도 모양 무궁화 등 보고
명상·요가로 몸과 마음 이완

지역 한우·잣·쌀 등으로 만든
6가지 코스요리 감탄 자아내
곁들인 ‘석탄주·연엽주’ 큰 호응
와인 ‘동짓달 기나긴 밤’도 눈길   

생산자·소비자 식탁 모여
재료의 의미 나누는 시간도

#숲에서 즐기는 식문화

무궁화수목원 입구에 들어서자 한반도를 무궁화로 수놓은 지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일편단심’이 꽃말인 나라꽃 무궁화는 여름철 내내 꽃을 피우는 보기 드문 화목류에 속한다. 무궁화수목원의 숲 해설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홍천군이 무궁화 중심도시로 선정된 이후 매년 10월 무궁화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숲을 지나 중앙광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명상과 요가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원장은 “올 초 홍천군과 함께 지역 먹거리와 연계된 지역 관광을 구상하면서 자연에서 쉼을 위한 공간인 ‘숲’을 생각하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일상 속 ‘답답함’을 호소하는 도시 사람들이 지역에 와서 단순히 유명 ‘맛집’만 들렀다 가는 게 아닌,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숲을 놀이터 삼아 지역 먹거리 생산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과 재료에 대해 배우고, 맛보고 일상에 돌아가서도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숲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참여한 허필홍 홍천군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급식 중단으로 홍천군 농산물이 판로를 잃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곳 홍천에는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들이 폭넓고 다양하게 있지만, 아직 그 가치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홍천 농특산물 가공품의 가치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홍천 먹거리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관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지역의 음식이다. 요가와 명상을 한 뒤 숲속 쉼터에 도착한 일행들은 홍천군에서 생산되는 한우, 잣, 쌀, 인삼, 찰옥수수 등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했다. 에피타이저와 디저트를 포함해 6가지 코스로 마련된 요리는 양식 레스토랑 ‘프란로칼’의 엄현정 쉐프가 맡았다. 

가장 먼저 에피타이저로 홍천잣으로 만든 콘, 된장으로 만든 옥수수 슈, 메밀로 만든 젤리가 서빙됐다. 본 식사는 한식간장으로 간을 한 송어 그라블락스가 미담 양조장의 ‘석탄주’와 함께 제공됐다. 이어 지역 특산물인 한우를 곰취로 감싸 구운 안심 요리는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인삼과 함께 정갈하게 접시에 올려졌다. 한우 요리에는 미담 양조장의 ‘연엽주’를 곁들였다. 수원에서 온 정다현 씨는 “곰취 한우를 한입 베어 물고, 청주를 마시면 짭짤한 음식 맛을 단맛이 나는 청주가 균형을 잡아 주는 느낌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주면서도 동시에 깊은 풍미가 난다”며 “지역 특산물로 선보인 요리와 이와 어울리는 전통주,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조합이다”고 감탄했다.
 

▲ 이날 제공된 디저트에는 홍천 쌀과 블루베리로 만든 푸딩이 예술 양조장의 ‘동짓달 기나긴 밤’과 함께 제공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인 식탁

마지막 디저트는 홍천 쌀과 블루베리로 만든 푸딩. 된장 캐러멜, 들깨 초콜릿, 옥수수 마들렌이 제공됐다. 디저트 와인으로는 예술 양조장의 ‘동짓달 기나긴 밤’이 식탁 위에 올라가 색다른 풍을 연출했다.

엄현정 쉐프는 “홍천에 이렇게 좋은 전통주를 만드는 분이 많은지 몰랐다. 전통주의 품질이  와인 등 다른 외국 술보다 절대 뒤지지 않아 한식뿐 아니라 양식과 함께 먹기에 잘 어울리며, 심지어 비싼 외국술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그런데 오히려 지역 양조장 가장 큰 고민이 높은 가격이라고 해서 놀랐다”며 “우리와 같은 쉐프들이 양식에는 외국 술을 곁들인다는 틀을 깨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 쉐프는 “쌀을 보통 식사로 많이 섭취하는데,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새로운 접근을 하고 싶었다. 쌀 자체가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실제 쌀을 디저트로 풀어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반응도 좋았다. 특히 홍천이 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이 시기에 쌀 디저트로 홍천 쌀을 홍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재료를 만든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식탁에 모여 앉아, 음식의 재료와 의미를 나누는 재미도 돋보였다. 전통장류 생산자 백이동골 오석조 대표는 “갈수록 현대인들이 전통 간장과 된장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오늘 식사 마지막 디저트로 제공된 ‘된장 카라멜’을 맛보는 사람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미담양조장 조미담 대표는 “지역 특산물로 만든 소박한 요리와 전통주를 맛보는 식사 자리는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고, 예술양조장의 정해철 대표는 “숲속에서 건강한 음식과 술을 함께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니 앞으로 전통주가 무궁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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