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농특위 간담회서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전남도청 수리채 회의실에서 ‘농산물 가격안정 방안 모색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가락시장(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비영리 전남 공영시장도매인’을 개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시장도매인 성격의 법인체를 만들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을 땐 전남도가 가격을 일부 보전토록하고, 가격이 좋아 이익이 났을 땐 기금으로 적립해 가격안정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전남도청 수리채 회의실에서 ‘농산물 가격안정 방안 모색을 위한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토론에서는 날선 논쟁이 오갔다. ‘비영리’. ‘공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두는 것은 십 수 년 째 논란을 거듭해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전문가와 이미 많은 토론을 거쳐 원칙이 섰다며,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농산물 지원 조례와 연계
가격 하락 땐 보전해주고
이익 나면 ‘안정기금’ 조성 골자 

시장도매인 도입 논쟁으로 번져

전농 “논의 확대돼 제도화 기대”
서울농식품공사도 “법 개정을” 
농식품부·전문가는 부정적 입장

강서시장 진출이 현실적 의견도


#‘비영리 전남 공영시장도매인’
이 제안은 최철원 전남도 정책보좌관이 내놨다. 그는 간담회 발제에서 “중앙 행정과 지자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급조절을 하는데, 산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에 달했다”며 “그러나 중앙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표준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으로, 소위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산지 가격이 아무리 폭락해도 법인과 중도매인 소득이 줄지 않고, 농민들의 손실에 어떤 공익적 기능을 했는지 들어 본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가락시장 내 전남도와 지역농협, 생산자 등이 공동출자해 ‘비영리 전남 공영시장도매인’을 개설하고, 전남도 주요농산물 가격안정 지원 조례와 연계해 전남 농산물 가격안정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주장. 가격이 하락했을 경우 조례를 활용해 가격을 보전해 주고, 반대로 가격이 상승해 이익이 나면 이를 ‘전남 농산물안가격안정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뼈대다.

그리고 이 공영시장도매인은 오는 2023년 가락시장 도매권역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기, 현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계획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맞물려 개설하겠다는 제안이다.

#불 붙은 거래제도 논란
이 같은 발제는 자연스럽게 거래제도 논란으로 불 붙었다. 가락시장의 경매제로는 가격안정에 한계가 있다며, ‘비영리 전남 공영시장도매인’ 같은 시장도매인을 도입해 현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경매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도매시장법인 영업이익이 많아 포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농민들은 가격이 폭락해 난리가 나는 판국에 가락시장 유통주체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무자조금으로 수급조절을 해보려 하는데 유통혁신이 함께 돼야 한다”며 “전남 농산물 10%를 가격안정 시키면 전체 농산물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논의가 확대돼 제도화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경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산팀장은 경매제의 단점을 보완해 도입된 정가·수의매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 농식품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도매시장 유통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될 수 있도록 농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제가 농가 수취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경매제가 문제 있으니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다는 것.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어떤 정책이든 농식품부는 두 가지 원칙에 부합하면 된다. 하나는 출하자가 높은 가격을 받는데 도움이 되느냐고, 또 하나는 가격 진폭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느냐다”며 “이 두가지 기준만 가지고 지난 1년간 유통포럼에서 논의해봤는데, 그 결과 서울시와 의견이 다르다. 그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유통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2000대 초부터 경매가 문제 있으니 시장도매인하자, 비상장품목 확대하자는 논리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계속 거론되고 있다. 경매가 문제 있으면 정가·수의매매를 보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산기구를 만들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담보 문제를 해결해야 복수 법인 거래가 가능해진다”며 “이를 통해 도매시장법인은 수집 경쟁을, 중도매인은 분산 경쟁을 하게 해야지, 단순히 유통단계를 줄인다고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영시장도매인 실현하려면
토론 과정에선 공영시장도매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농협 공판장과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전남 공영시장도매인 외 나머지 시장도매인은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지 등에서 정리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가락시장에 공영시장도매인을 개설할 것이 아니라 가락시장 중도매인 지분을 인수해 가격형성에 참여하거나, 현재 시장도매인제가 운영되고 있는 강서시장에 우선 진출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는 의견.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지난해 4월 강서시장에서 전국 최저 낙찰 가격을 받아 농업인이 피해를 본다고 해서 이틀간 감시를 한 적이 있다. 시장도매인에서 안 팔리는 제품을 다음날 경매에 올려 최저 낙찰 가격을 받은 것”이라며 “이런 문제 때문에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가격이 잘 못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피해를 보는 시장이라는 점을 거듭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전남에서 출자해 가락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중도매인 지분을 51%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면 원하는 방식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만약 시장도매인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강서시장에 있는 시장도매인 중에 전남이 지분을 출자해 전남농산물을 고가로 매입해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전남 외 농산물을 수탁거부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이정삼 과장은 “이는 일정부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발제자 최철원 전남도 정책보좌관은 토론 내용을 들은 뒤 “‘전남 공영시장도매인’은 경매제나 시장도매인제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도매시장법인도, 시장도매인도 공영도매시장 안에서 공익적 역할을 안 하고 자신들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발제 취지를 상기시켰다.

아울러 김영재 농특위 농어업분과 위원장은 정리발언에서 “최저가격 보장에 대한 농산물 주산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제기됐고, 쟁점은 더 신랄한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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