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계화정책연구원 설명회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 노후 농업기계 조기폐차 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에 대한 현장설명회 모습.

노후농업기계 조기폐차를 지원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사업에 따라 노후 경유차나 건설기계의 조기폐차를 지원하는 제도를 참고해 Tier-3 엔진이 공급되기 전에 보급된 트랙터, 콤바인 등의 폐차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 적정수준의 보상책 마련, 농업기계 등록제 도입 여부 등 선결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 미세먼지 저감 대책 따라
지게차·굴삭기 신형 엔진교체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등 지원

대기오염물질 연간 3만톤 배출
농업기계도 포함해 대기 관리 
부품 재활용시장 확대 등 기대 

권고·자금지원 법적 근거 마련
대상 농기계 선정 등은 과제

▲조기폐차의 필요성=강창호 (사)한국농업기계화정책연구원장은 6월 23일, 충남 천안의 한국농기계글로벌센터에서 ‘노후농업기계 조기폐차 지원을 위한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의 의뢰로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현장의견을 수렴코자 설명회를 가진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사업이 법률적 제도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1990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오염물질 총량을 규제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등을 관리해왔다. 또한 수도권 대기환경의 효율적 개선을 위해 2003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수도권 오염 총량관리 및 자동차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강화한 바 있다. 아울러 2018년부터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2019년 12월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추진되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2016년 대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35% 이상 저감하는 것이 종합계획의 목표다. 7개 분야, 15대 중점추진과제 중 ‘수송부문’에 ‘노후경유차 감축 강화 및 저공해차 보급 확대’, ‘선박 및 항만관리기준 강화’, ‘노후건설기계 관리 강화’ 등이 들어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노후 경유자동차 조기폐차, 지게차나 굴삭기의 노후화된 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해주는 사업 등이 지원되고 있다. 농업과 관련해서는 ‘축산 환경 관리 강화’가 들어가 있지만 농업기계는 관리사각지대로 빠져 있다. 대신, 농식품부가 2019년 수립한 ‘농업·농촌분야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대책’에 ‘농기계 매연저감장치 부착 지원’, ‘노후 농기계 조기폐차 지원’ 등 저감 대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매연저감장치는 현재 개발 중이기 때문에 실용화 등을 고려해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고, 노후 농업기계 조기폐차 지원은 근거와 운영방안 등이 미흡해 연기된 상황이다.

설명회에 따르면 농업기계의 경우에도 연간 3만톤이 넘는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며, CO(일산화탄소)가 약24.2%, NOx(질소산화물)가 약54.9%를 차지한다. 따라서 농업기계 분야에서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강창호 원장의 설명이다. 농업기계 조기폐차의 지원을 통해 배출가스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부품 등 자원재활용 산업이나 관련 산업의 시장 확대 등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트랙터와 콤바인의 경우 2013년부터 Tier-3엔진, 2015년부터 Tier-4엔진을 적용해왔고, 2021년 7월 1일부터 유럽의 5단계 배기가스 규제인 ‘Stage-V’가 적용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면서 “제작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적용하는 기종인 트랙터, 콤바인 등을 대상으로 노후농업기계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미세먼지 배출량 등을 분석한 후 저공해조치 시범사업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선결과제는=농업기계 조기폐차 지원을 위해서는 법률체계부터 정립돼야 한다. ‘미세먼지특별법’ 제3조에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토록 정의해놓았고, 제6조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토록 해놓았다. 이를 근거로 농업기계화촉진법에 조기폐차 권고 및 자금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게 강창호 원장의 주장이다. 법적근거를 마련하더라도 대상농기계를 선정하는 게 쉽지 않다. 자동차의 경우 배출가스 5등급 경유자동차, 건설기계는 2005년 이전 제작차 배출가스허용기준을 적용한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스트럭, 펌프트럭 등 도로용 3종이 대상이다. 신청지역에 2년 이상 등록된 것을 비롯해 별도기준을 정해 지원해준다. 또 보험개발원이 산정한 차량기준가액 등을 참고해 자동차는 종류별로 300만~3000만원, 건설기계는 3000만원 등의 상한액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농업기계 조기폐차 대상의 경우 Tier-3엔진이 장착된 2013년 시점과 사용연수를 감안해 선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내용연수의 경우 트랙터는 8년, 콤바인은 5년이다. 또, 중고품으로 등록된 트랙터의 경우 내용연수의 1배수 기간 내에 있는 것이 32.8%, 2배수 기간 45%, 3배수 기간 22.2%다. 콤바인은 1배수 기간인 게 31.1%, 2배수 기간 44.5%, 3배수 18.7%다. 이것을 감안해 2012년부터 내용연수 3배수가 되는 연도까지를 대상기종의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렇게 산출했을 때 1997년부터 2012년까지 공급된 트랙터는 22만3202대, 2006~2012년 공급된 콤바인은 2만5158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평원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농기계 반값 공급 정책이 추진되던 1997년 이전에 생산된 트랙터도 농업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사용연수로만 대상기종을 선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농업기계 조기폐차를 유도하기 위한 적정보조금 수준을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신력 있는 중고농업기계의 가격표가 현재는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구용역에서는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 7개 회원사를 통해 등급별 중고가격 조사치를 제시했는데, 50마력 트랙터의 잔존가치가 2012년산 1236만원, 1998년산 357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유통현장에서는 이 보다 높게 거래된다는 지적이다. 김동익 국제종합기계 영업본부장은 “40마력 트랙터의 평균잔존가율이 1998년산 263만원, 출시 8~9년 지난 2012년산이 911만원에 불과한데, 농가들이 조기폐차에 동참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창호 원장은 조기폐차 대상기준과 보조금 지급대상 등의 확인을 위해 농업기계 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등록제는 2005년 농업기계학회, 2010년 농촌진흥청, 201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서 관련법 개정, 제도의 장단점 등을 분석한 바 있지만 그때마다 찬반의견이 팽팽했다. 찬성 측은 효율적 사후관리, 재산권 인정 등을 위해 등록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등록제 도입 시 면허를 취득 못해 농업기계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등록세, 보험료 등의 부과로 비용부담이 높아진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따라서 조기폐차를 위한 등록제 도입 시 논란이 재현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최규홍 전주대 교수는 “이해당사자들을 설득시키는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최종보고서에는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이해당사자들이 어떤 이익과 손해를 보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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