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건조저장시설>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올 예비사업자 6개소 불과
3년 전 40곳 대비 큰 폭 감소
정부 까다로운 지원기준 등
현장 여건 외면 ‘도마위’
“사업신청 자체를 꺼려” 지적도

계약재배·품종별 관리 등 대응
지속적 시설 확대 뒷받침 돼야


벼 건조저장 시설(DSC)에 대한 정책사업이 매년 위축되고 있어 쌀농가의 영농 편의는 물론 쌀 품질고급화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DSC가 수확기 일시에 집중되는 벼를 신속히 매입해 건조 등 수확 후 관리에 들어가는 시설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DSC 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게다가 2023년부터 일반 농협RPC에 대한 DSC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어서 쌀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벼 DSC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사업자가 6개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DSC 신규 지원 실적을 파악한 결과 2016년 38개소, 2017년 40개소, 2018년 28개소, 2019년 18개소 등이고 올해에는 단 6개소로 사상 처음 한자리수로 감소한 것이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1995년 이후 DSC 1400여개소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RPC와 DSC의 처리량이 조곡기준 193만톤에 달해 2018년 벼 유통량 374만톤의 51.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DSC는 RPC 정책사업과 병행해 지난 1995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쌀 품질고급화와 수확기 쌀농가의 벼 판로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DSC는 산물벼 사일로, 원료투입구, 건조기, 냉각장치 등의 설비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비 7억원을 기준으로 설치비 일부를 지원한다. 통합RPC의 경우 국고 40%, 지방비 20%, 자부담 40% 조건이고 일반RPC는 국고 30%, 지방비 20%, 자부담 50% 등이다.

이런 가운데 DSC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약재배가 확대 추세이고 수확 후 관리 체계 개선을 통한 쌀 품질고급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DSC 시설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DSC 사업이 매년 위축되고 있는 것은 현장 여건을 무시한 농식품부 지원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DSC 설치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RPC에 5년간 벼 매입량의 80% 이상을 의무적으로 출하 약정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빈번한 역계절진폭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사업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예비사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비 심의 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사업신청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게 일선 RPC업계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일선의 모 RPC 관계자는 “매년 쌀 소비가 감소하고 지난 10년 동안 운영 여건도 악화돼 RPC들이 투자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며 “더구나 필요 이상의 사업비심의 등 행정절차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도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RPC 관계자는 “계약재배와 품종별 관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건조저장 시설을 더욱 확충해야 하지만 농식품부의 지원기준은 현장 상황에 역행하는 것 같다”며 “경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보니 노후된 DSC도 제때 손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벼 건조 저장 시설이 아직도 부족해 수확기 야적되는 물량도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시설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1400여개의 DSC가 설치된 만큼 사업 수요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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