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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코로나가 일깨운 농촌의 충격완충기능이상길 논설위원ㆍ농정전문기자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일상이 멈춰 서자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공장을 비롯한 일터가 문을 닫는 바람에 국내든, 국외든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이들이 고향인 농촌으로 귀향하고 있다.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인도 뉴델리의 이주 노동자들이 보따리를 메고 아이들 손을 잡고 농촌인 고향으로 전쟁 같은 귀향을 한다. 중국에서도 코로나로 도시의 일터를 잃은 농민공(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고향 농촌에 발이 묶인 채 도시로 다시 나갈 날을 기다린다. 외신을 통해 보여 지는 풍경은 코로나의 참상과 노동자들의 신산스런 삶, 그리고 빈부격차를 민낯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우리에게 ‘농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교수직을 퇴임하고 전북 남원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영석 전 한국농수산대학 교수는 이런 모습을 두고 농업농촌의 ‘충격완충기능’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19는 무엇보다도 인간사회에서 공공과 공익의 가치가 개인과 사익의 가치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특히 사회의 충격완충기능을 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도 6.25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농업농촌의 충격완충기능이 큰 역할을 했음을 경험했고, 미국처럼 대농장들로 구성되지 않은 우리의 ‘농촌마을 공동체’가 이러한 충격완충기능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농업농촌은 우리의 어머니와 같다”고 했다. “잘 나가고 좋을 때는 잊고 지내지만, 어렵고 힘들 때는 엄마 품에 찾아들고, 엄마는 그래도 내 자식이라고 끌어안고 보살펴서 다시 내 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농업농촌이, 우리가 언제라도 돌아가서 치유 받고 회복돼서 돌아올 수 있는 ‘충격완충기능’을 항상 가지고 있도록 예비해둬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 농업농촌은 그런 존재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본부장을 지낸 천주교 부산교구의 김인한 신부는 “농촌은 우리가 마지막에 벼랑 끝에 가기 전에 멈추게 해 주는 곳”이라고 했다. “생태 위협에서 비롯된 코로나로 인해 모두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농촌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도시가 소비하고 버리는 문제, 개별화로 인한 사람의 소외문제, 상처 받고 피폐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농촌은 생태와 생명가치, 이타성, 관계성, 공동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농촌은 사회의 뿌리 역할을 해왔고, 어려울 때마다 완충작용을 해왔다. 이것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몇 십조니, 몇 백조니 하는 계량적 가치와는 또 다른 본질적 공익기능이다. 농촌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값싼 농산물가격, 저임 노동력으로 자본과 대도시 위주의 성장에 희생돼 오면서도, 위기 때 마다 다시 그 위기를 전가 받거나, 그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작용을 하면서 사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 왔다.

그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원톄쥔 교수는 그의 저서 ‘백년의 급진’에서 서구 자본주의 현대화는 해외 식민지 확장으로 시작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했던 초대형 대륙국가 중국은 주로 농촌을 통해 자본축적과 공업화를 이뤘다고 했다. 그것은 농촌 노동력을 통해 노동잉여가치를 점유하고, 공산품과 농산물의 협상가격차를 이용해 농업의 잉여를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또 농촌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업 등 경제적 파동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이자 ‘조절장치’였다. 중국이 주기적으로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냈던 ‘상산하향’(하방)은 경제위기를 농촌에 전가한 사례다. 그러나 농촌의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경제발전에서 소외되고 극심한 도농격차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제는 사회 안전장치로서의 기능도 무너져 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지속가능하려면 농민, 농촌, 농업의 3농 문제 해결을 우선하고 생태문명과 포용적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는 게 원톄쥔의 지론이다.

중국을 우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공통적인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농촌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뤘고, 도농격차와 농민 소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다른 점은 중국이 3농 문제 해결을 국가 1호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연초에 발표하는 중앙 1호 문건의 주제를 3농으로 하고 있다. 1호 문건은 반드시 지켜야 할 지침이다. 중국 지도부는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3농 문제 해결이 모든 국민이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사회’(소강사회)로 가는 길이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포용적 복지국가나 소강사회는 일견 비슷한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해 3농 문제 해결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농업 패싱’이란 자조적인 유행어는 우리 정부의 농업 홀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한다고 한다. 농촌관광도 늘어날 거라 한다. 이 상황에서 과밀하고 위험하며 경쟁 일변도인 도시의 삶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농촌을 꿈꾸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도시민들을 위해 스마트하게 농촌을 개발하고, 4차산업 혁명을 접목하자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농촌은 도시민이 소비하는 곳이기에 앞서 농민과 농촌주민이 살아가는 곳이다. 농민들과 농촌주민들이 살 만한 곳이 되도록 먼저 3농 문제를 해결해야 농촌이 도시민도 품을 수 있다. 코로나 19는 사회의 버팀목인 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니 4차산업 혁명이니 스타트업이니 하면서 농촌을 돈벌이를 위한 대상으로 보지 말고, 사회를 지탱하는 존재, 어머니 같은 존재, 지속가능한 미래로 농촌을 보라. 그것이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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