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부문 토론회·회의 잇따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사)한국농촌복지연구원이 18일 서울 용산구 소재 농업기술진흥관에서 ‘농업회의소법 법제화’를 주제로 제11회 월례 농촌복지 토론회를 열고 농업회의소 법제화와 관련한 의견들을 공유했다.

21대 국회에서 농어업회의소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법제화 추진을 위한 민간 부문의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18일 (사)한국농촌복지연구원이 주최하는 관련 토론회에 이어 19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주관하는 ‘농어업회의소 추진협의회 2차 회의’가 각각 열렸다. 두 회의 모두 농어업회의소의 필요성과 법제화 추진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하는 속에서 몇 가지 쟁점이 거론돼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조율이 요구된다.


농어민 대표 자조조직 없이
50여개의 민간단체가 난립
의사 표명할 공적기구 필요
‘회원제’ 위상 확보 한계 지적도 

정부·농협·민간 사업 중복 해결 
농민단체연합조직 차별화도 과제

“기본 골격 갖추는 선 제정하고
추후 세부적인 개정 이뤄져야”


▲대의기구 위상 확보 문제=농촌복지연구원이 마련한 ‘농업회의소법 법제화’ 토론회에서는 농어업회의소의 대의기구 위상을 확보하는 부분이 언급됐다.

발제를 맡은 사동천 홍익대 법대 교수(한국농업법학회 회장)는 농어업회의소 설립의 법적 근거를 헌법 제123조 제5항(‘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사동천 교수는 “이에 기초해 일찍이 중소기업의 자조조직 육성방안으로서 상공회의소법이 1952년에 제정됐고, 이 법에 근거해 설립된 상공회의소는 그동안 상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 및 상공업의 경쟁력 강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며 “그러나 아직 농어민 전체를 대표하는 자조조직은 존재하지 않으며, 50여개의 농어민 민간단체가 난립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 교수는 이어 “그동안 민간단체는 농어민을 대표할 수 있는 공적 기구가 아닐 뿐만 아니라 농어민의 통일된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었다. 생산자 단체인 농협도 신용사업과 농업경제사업을 담당하는 판매조직일 뿐 농어민을 대표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농어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대외적으로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공적기구인 대의기관이 필요하며, 관치농업이 제한되는 개방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농어민의 대의기관인 농업회의소 설립이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 위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농어업회의소 법안의 대부분이 회원제 형식의 설립 요건을 마련하고 있는데, 대표성(대의기구)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과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에 농업회의소가 있다. 일본은 농지관리 형태로 돼 있지만, 유럽 3곳은 기본적으로 농업의회의 성격이다. 농업회의소를 하려면 선거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농업인을 대표하는 대의기구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의 경우 현행 농민단체처럼 회원제로 모집하는 임의단체로 가게 되면 대의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 범위 및 중복 문제=농어업회의소의 사업 범위를 어떻게 둘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쟁점이다. 기존 농업·농촌 현장에서 수행하고 있는 정부기관 및 농협, 민간단체들의 사업과 부딪히는 영역이 있어 법제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19일 농특위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선 이 부분들이 다뤄졌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추진을 위한 입법안 내용들의 상당수가 정리됐다. 하지만 사업 중복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추후 논의를 이어갈 부분”이라고 전했다.

앞서 1차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우려되는 부분은 농어업회의소가 어떤 자금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단체들은 단체 사업과 중복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고 농협과 정부부처, 기관도 마찬가지다”며 “이 부분이 합리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영역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 각 지역마다 지역 ‘농단협’(농민단체연합조직)이 조직돼 있어 이를 뛰어넘는 역할을 농어업회의소가 해야 하는데 그 청사진이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동천 교수는 18일 농촌복지연구원 토론회에서 “여러 단체 간의 이해관계는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합일점을 찾고 그 역할 분담의 경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농업회의소법의 초기 모델은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는 선에서 제정돼야 할 것이고, 추후 세부적인 합일점을 반영하는 개정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