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보통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다. 개인적으로 보통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압축해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까닭에서다.

즐겁고 기쁜 날,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울음바다가 되는 광경을 매년 목격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본보가 주관하는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의 시상식에서는 처음 만난 보통의 사람들이 서로 손수건을 건네며 눈시울을 연신 닦아낸다. 서로가 그동안 농업·농촌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수상소감 발표를 통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면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됐다고 수상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은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했다. 나는 2회 때부터 공모전을 담당했다. 처음 공모전 준비와 진행을 맡았을 때에는 그저 행사의 일환일 뿐이라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성농업인들이 보낸 수기를 한 편 한편 꼼꼼히 읽으며 생각이 점차 변했다. 여성농업인들의 보통의 삶이 담긴 글을 평가를 한다는 자체가 이들의 삶을 평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늘 무거웠다.

전문심사단이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고 나서 이 작품들을 비교 했을 때 공통점이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진솔하게 써내려간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시상식 때 모여 소감을 이야기 할 때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고 공감을 하는 까닭에 눈시울을 적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모전이 횟수가 더할수록 이상하게도 참가자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농촌 현장을 다니며 여성농업인들에게 공모전 참가를 권유하면 “내가 특별한 게 없어서...”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보통의 삶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수기 공모전인 까닭에 문장이나 구조 등의 작품 완성도가 작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좋아야 한다는 오해도 많았다.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은 기존의 수기 공모전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보통의 삶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더 나아갈 용기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공모전이다.

보통의 삶은 결코 하찮은 게 아니다. 보통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되고, 또 미래가 된다. 부디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제4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에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고대한다. 보통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여성농업인들을 항상 응원하고 존경한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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