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유통업체의 15년 전 가격 행사, 지자체장과 유명인들의 박리다매 농산물 판매 행사 등 ‘농산물 저가 판매 이벤트’가 만연화되고 있다. 과잉 물량과 소비 침체 해소라는 당근 뒷면에 농산물 가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거나 타 지역 품목 가격 지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대형마트 15년 전 가격행사
마늘·대파 등 최대 30% 할인
강원감자·B급 판매도 줄이어

과잉 물량 푸는데 효과적  
박리다매도 농가 혜택, 긍정 속
장기적 농산물값 하향 평준화
새 작기 품목 피해 등 우려도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독 농산물 저가 판매가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와 급식 중단, 냉해를 비롯한 작황 악화에 따른 B급(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 증가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오는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업계가 전개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대형마트가 15년 전 가격 세일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또 이번 행사 기간에 농협하나로유통에선 마늘, 대파 등 농축산물 최대 30% 할인 행사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 슈퍼마켓은 양파와 감자 저가 판매가 예정돼 있다. 슈퍼마켓에선 시기별로 오이, 수박, 파프리카, 당근, 호박, 방울토마토 등도 저가로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이 행사명은 ‘저가 판매’ 행사가 아닌 ‘착한가격’ 행사다. 

이외에도 최근 유통업체에선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는 취지로 흠집 있는 참외 20%, 못난이 고구마 30% 인하 판매 등 B급 농산물을 활용해 저가 판매 행사를 지속해서 벌이고 있다. 

SNS상에서도 지자체장,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저가 농산물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의 강원감자 5000원 판매(10kg), 연예인들의 지역 농산물 저가 판매 등이 그것으로 유명인이라는 인지도와 저렴한 가격이 맞물려 매진 현상이 벌어진다.  

이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무엇보다 올해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농산물 소비가 둔화돼 있고, 냉해 등의 작황 악화로 B급 농산물 생산도 많아, 과잉 물량을 푸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박리다매식으로 팔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하고, 생산자들도 폐기처리보다 이득이 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와 같이 농산물 소비 침체가 이어져 과잉된 품목이 많은 시기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지난번 강원감자를 SNS에서 팔지 못했으면 저장성에 한계가 와 고스란히 물량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농가에 갈 수밖에 없었다”며 “유명인들이 인지도를 앞세워 농산물을 박리다매로 파는 것은 결국 농가에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과잉 물량 해소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농산물 가격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무엇보다 크다. 또한 작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지역이나 물량이 감소한 품목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올 초 판매된 강원감자의 경우 작기가 마무리된 물량이었지만 새롭게 작기가 시작되는 지역에선 감자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SNS 등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 산지 관계자는 “가격만을 자꾸 내세우다 보면 저가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며 “실제 강원 감자를 싸게 팔 때 갓 나온 햇감자가 품위가 좋음에도 이쪽 감자 가격은 왜 이렇게 높으냐. 감자 가격 안 비싸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지적했다. 

도매시장 한 경매사는 “상반기엔 코로나19와 급식 중단 등으로 농산물 가격 지지에 어려움이 컸지만 봄철 작황 악화로 하반기엔 물량이 감소하는 품목이 많을 수 있다. 특히 배, 사과 등의 과일류가 그럴 수 있다”며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올라도 최근의 저가 행사로 인해 더 높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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