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고성진 기자]

▲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15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가정꾸러미 사업이 취지와 달리 친환경 계약재배 농산물이 아니라 대기업 가공식품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급식 중단 피해 농가는 뒷전
대기업 가공품 위주 구성 ‘도마’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


코로나19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으로 피해를 입는 친환경 농가들을 돕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가정꾸러미 사업’이 취지와 달리 계약재배 친환경 농산물은 소외되고 대기업 가공품 위주로 구성되고 있다며 친환경 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가정꾸러미 파행 실태 규탄 및 친환경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등교가 계속 연기되면서 지난 3~5월 계약농가들이 입은 피해액만 71억5000여만원이며, 학교급식으로 가지 못한 채 버려진 친환경농산물은 1640여톤에 이른다”며 “위기에 처한 친환경 농가의 붕괴를 막기 위한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추진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을 기대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이 학교별 자율선택에 맡기면서 식자재 꾸러미에는 계약한 친환경농산물은 사라지고 라면과 부침가루 등 대기업 가공품 세트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친환경계약재배농산물 꾸러미 가정지원 사업’이 “경기도교육청의 무책임한 ‘학교자율선택’ 지침 때문에 대기업 가공식품 선물세트 배송사업과 업체들의 영업전쟁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앞서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의회, 경기시장군수협의회, 경기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3∼5월 사용하지 않은 학교급식 경비 1700억원을 식재료 꾸러미와 농협몰 상품권으로 학생들에게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식재료 꾸러미 구성에 대해 학부모와 교직원 의견을 반영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는데, 이렇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 농산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거나 냉동식품 또는 대기업 제품으로 구성된 꾸러미까지 등장하는 일이 벌어지며 사업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김상기 경기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별 자율선택이라는 미명하에 학교나 학부모들에게 취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다수 학교가 친환경 계약재배 농산물은 배제한 채 대기업 가공식품 등으로 꾸러미를 구성해 학교와 학부모의 ‘선택권’에 오히려 제한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이라는 교육감의 철학만 들먹일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책임을 일선 학교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홍안나 경기친농연 정책실장은 “사업취지를 살려 계약농산물꾸러미를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협조해줄 것을 수차례 도교육청에 요구했으나 무시됐다”며 “도와 도교육청은 이제라도 계약재배 농가의 생존과 친환경학교급식 체계의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게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가톨릭농민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업 단체들도 이날 성명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의 독단적이고,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면서, “경기도교육청은 조속히 학교급식 가정꾸러미 공급이라는 당초의 시행 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관계자는 “급식 중단으로 친환경 재배 농가뿐 아니라 수많은 식자재 납품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어 특정 품목을 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교육청이 일괄적으로 구성품을 정하면 일부 업체에만 몰아주게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식자재를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수원=이장희·고성진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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