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지난해 9월,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발생 이후 야생멧돼지에서는 여전히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사육 돼지에선 발생이 멈춘 지 오래다. 이를 두고 정부는 방역정책의 성과로 언급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 정책에 동참한 경기 북부 및 강원지역 양돈 농가들의 희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 농가에게는 자발적인 노력이 결과적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의 위험성을 이유로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살처분·수매·도태에 참여한 농가들의 돼지 재입식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해당 농가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장 구성원 생계유지를 위해 영업 손실 보상이라도 해 달라는 농가들에게 보상 대신 축산 차량 진입 금지 조치 등 규제만 잔뜩 안겼다. 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근근이 버티던 농가들도 이제는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 농장을 떠난 양돈 2세들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희생한 농가들에게는 농식품부의 방역정책이 규제를 넘어 횡포가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오는 9월부터 재입식과 관련한 사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실행에 옮겨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농식품부가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놨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국 관계자는 얼마 전 개최한 양돈 포럼에서 대한한돈협회와 재입식과 관련한 양돈 농가 방역시설 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마침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발생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9월 이후 양성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의 후 결정한 사안은 곧바로 현장에 적용해 이행 가능한 농가부터 재입식 사전절차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방역 따지다 양돈 농가는 다 죽게 생겼는데, 멧돼지하고 농식품부, 농식품부 장관만 잘 먹고 잘 살면 뭐 할 겁니까.’ 한 달 전쯤 아프리카돼지열병 희생 농가 기자회견에서 한 농가가 한 숨을 내쉬면서 했던 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와 장관이 부디 새겨들었으면 한다.

우정수 축산팀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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