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강원본부장

[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농업인들과 농업을 지원하는 농업관련 기관들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며 무분별한 개발과 무차별적인 에너지 소비를 돌아보게 만든다.

최근 들어 농업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기계화가 진전돼 단순한 과거의 노동력 중심의 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대 산업 중 가장 자연친화적 산업인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자가 격리와 재택근무 등 생활방식이 변화되면서 식품에 대한 안전성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농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되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 실제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우리 농산물의 수요와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춘천의 A마트의 평소 매출액은 1일 6500만원 정도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1억300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농축산물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농수식품유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5월 농수산물 가격이 3.1% 상승했다. 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삼시세끼 집 밥을 해먹다 보니 마트 매출이 늘어난 것 같다는 것이다. 

강원도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반찬 메뉴를 공유하는 글과 간편한 조리 식품 추천 문의가 올라오는 등 농산물 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강원농협에 따르면 강원도 농협에서 운영 중인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총 34곳으로 매출액은 4월말 기준 63억6800만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5억8200만원 늘어 33.1%가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재택근무와 인터넷수업, 인터넷쇼핑 등 비대면 생활방식은 더 많은 곳에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의 확대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진전되면서 농산물생산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던 중 우리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미 올봄에 큰 기온차로 농작물들이 냉해를 입어 수확이 크게 저하 될 것으로 보이며, 과수 화상 병 등의 출현도 우연한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식량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됐고, 식량이 풍족한 국가에서조차 식량 공급망이 위험에 놓였다며 최소 8억2000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을 가지고도 식량을 살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0 농업전망’에서 공개한 올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4%다. 20년 전인 1999년 54.2%였던 식량자급률보다 8.8%가 줄어들었다. 이 중 쌀 자급률이 98%가 넘어 쌀을 제외한 자급률은 27% 까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로 안정적 식량수입이 가능해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고 더 급속히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우리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진 지금이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 농업인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여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 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업관련 기관들은 각자의 주어진 역할에 따라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한다. 큰 고통 속에 주어진 이 기회를 농업인과 농업관련 기관, 소비자가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농업발전과 식량자립을 동시에 해결하는 슬기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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