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관련법 개정안 잇단 발의
입법논의 활성화 기대 반면

현장농민 요구 반영 없이
이전 폐기법안 재탕 눈살
“실질적 논의 이뤄져야” 주문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21대 국회 초반부터 잇따라 발의돼 입법 논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회의원들이 ‘1호 법안’이라는 상징성에 매달리며 발의 자체에만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 농민들의 요구 사항이 법안 내용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이전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의 ‘재탕’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인 입법 논의가 가능할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일부개정안이 5건 발의됐다. 여야 의원들이 21대 국회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것이다. 1일 임이자 미래통합당(상주·문경) 의원을 시작으로 8일 윤재갑(해남·완도·진도), 9일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10일 서삼석(영암·무안·신안), 11일 위성곤(서귀포)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각각 내놨다.

개정안들은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저가격보장제는 농산물 (평균)가격이 (최저)생산비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보전해주는 것으로, 고질적인 농산물 가격 폭락에 따른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개정안들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국가의 재정 지원 근거를 담았다. 생산비, 품목 등의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부분도 비슷하다. 윤재갑 의원의 경우 국가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이 어려운 경우 농어업재해보험으로 대체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신설했다는 점이 다른 부분이다.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 내용을 담은 법안(농안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발의됐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이명수·황주홍 각각 대표발의), 채소가격안정제(김영록), 기초농산물직접보조제(김승남) 등의 내용이었고, 20대 국회에서는 서삼석·위성곤 의원이 제도 도입 내용과 함께 국가의 재정 지원 근거를 담았다.

19대와 20대 모두 최저가격보장제가 직접적인 소득보전정책이라는 점 때문에 도입이 곤란하다는 정부 반대에 부딪혀 관련 법안들은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정부는 △품목 확대에 따른 재원 부담 및 생산 과잉 문제 △WTO규정 저촉 우려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비용 추계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도 법안 논의에 걸림돌이 돼 왔다. 지원 대상이 되는 농산물의 종류, 필요한 지원의 규모, 지원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아 추가재정소요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21대 국회가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에 대해 관심이 크다는 점은 앞선 국회와 다른 분위기여서 입법 논의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최근 발의한 법안들이 19대와 20대 법안의 ‘재탕’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인 논의를 이끌 내용을 담거나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호 법안’이라는 상징성에 매달려 발의 자체에만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 문제는 이전 국회에서 풀리지 않았던 부분인 만큼 앞선 논의들이 보완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정부와 사전 협의한 내용을 반영한다든가 또는 그동안 제도 도입을 촉구해 왔던 현장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부분 등이 필요하다”며 “1호 법안이라는 의미 때문에 기존 법안들을 ‘재탕’하는 수준으로 발의 자체에만 초점을 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21대 국회가 출범하며 농어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안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안을 재활용하거나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회 통과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면서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한 생색내기식 법안 발의보다는 실현 가능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법안을 발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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