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현안분석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납품못한 학교급식 식재료는
14만여톤, 6325억 달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4월 기간 동안 전국 음식점의 식재료 구매액이 전년동기대비 약 2조3817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급 학교들의 개학 연기로 3~5월까지 3개월간 납품되지 못한 학교급식 식재료는 약 14만여톤, 63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최근 현안분석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식·학교급식 분야의 농식품 소비변화 분석(김상효·문동현·지정훈·김민선)’을 발표했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전국의 일반 음식점에서 소비하는 식재료 구매액 감소폭이 컸다. 농경연이 비씨카드에서 제공하는 시·도별 음식점 매출액 정보와 통계청 ‘서비스업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렸던 지난 2~4월, 음식점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약 6조9117억원이 감소한 25조 2454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출액 감소로 인해 같은 기간 전국 음식점의 식재료 구매액은 약 2조3817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품목별로 보면 육류가 약 6258억원, 가공식품 약 5219억원, 곡류(쌀포함) 약 3578억원, 채소류 약 3969억원, 수산물 약 2955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등교수업 연기로 인한 학교급식 식재료 소비 감소폭도 컸다. 농경연은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eaT)의 단체급식 전자조달시스템 자료를 분석, 학교급식 부분의 식재료 미사용 물량을 추산했다. 분석 결과 학교급식 식재료의 월별 미사용량은 3월 4만337톤, 4월 5만844톤, 5월 4만9675톤으로 추산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월 1818억원, 4월 2312억원, 5월 2195억원에 달한다. 3개월간 총 14만여톤, 약 6325억원 해당하는 식재료가 납품되지 못한 것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육류와 채소류, 곡류, 어패류가 학교급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목인데, 육류는 약 1677억원, 채소류 약 997억원, 곡류 약 829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은 이같은 농식품 소비 감소로 농가 및 납품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수요 확대 및 대체판로 확보는 물론, 향후 유사 감염병 사태 발생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급식 납품 의존성 높아…공급·판매망, 납품처 다각화 필요

현재 중앙정부 및 지자체는 학교급식 중단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출하 시기 조절이나 장기 저장이 어려운 과채류와 엽채류를 중심으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동구매' 캠페인과,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판촉행사 등을 진행했다.

또 교육부·교육청·지자체와 협업, 5월부터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농식품부는 지역농산물 약 3만7000톤이 소비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시도 및 시도교육청 내 지원 대상 499만명 중 147만명(29.4%)에게 공급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대체 판로 확보 지원을 위해 지역 내 유통업체나 자체 온라인 쇼핑몰로의 판로 연결을 지원하고, 지역별 피해 물량을 군부대·기업·공공급식 및 유통업체에 대체 공급 시 차익 일부를 보전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학교급식용 국산김치 모바일 판매 지원을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김치온’과 우체국 온라인 특별기획전 등도 진행 중이다.

농경연은 이러한 단기적 소비촉진 외에 중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선 일부 농가의 경우 외식 및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식재료업체에 대한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생산자단체 혹은 품목별 자조금 단체를 중심으로 외식 및 학교급식 식재료 이외의 판로 개척을 추진하는 등 공급·판매망, 납품처를 다각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중에서도 저장이 가능하지만 식재료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육류, 곡류에 대한 저장 지원, 판로 개척, 소비 촉진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육류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식재료 미사용분이 시장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유통 경로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유사 감염병 발생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농식품 소비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농가 등 생산자들에게는 소득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한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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