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 벼 생산단계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쌀로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 걸쳐 디지털화한 u-RPC가 쌀산업의 체질 개선과 쌀 산지유통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수확기 벼의 절반 이상을 흡수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쌀산업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분류하고 있다. 1991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RPC는 지난 30여년 동안 쌀산업 현대화에서 중심축 역할도 했다. 하지만 전국 RPC의 상다수가 노화와 함께 낙후된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지 쌀값 역계절진폭과 대형마트 등의 쌀값 인하 요구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시설현대화를 위한 투자 어려움도 따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쌀산업 미래를 위해서는 RPC의 체계적인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범국가적으로 디지털화,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이 추진되고 있어 RPC도 이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쌀산업 현대화 중심축 RPC
상당수 낙후된 시설로 운영
경영 악화 탓 투자도 어려워

범국가적 디지털화 발맞춰
RPC에도 AI 이식 사업 진행
모든 단계 디지털 혁신 적용
이력추적 등 소비자 신뢰 확보

20만 가구에 쌀 공급하고
잡곡처리시설 등 결합시킨
광역통합형 메가 RPC도 추진

▲인공지능 RPC가 대안이다 

▲ 김의웅 한식연 박사가 차세대 인공지능(AI) RPC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모든 산업에 걸쳐 디지털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도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모든 산업에 융합해 확산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범국가적 정책 방향 속에 미곡종합처리장(RPC)에도 인공지능(AI)을 이식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연구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u-RPC(유비쿼터스 RPC)와 차세대 광역통합형 메가(Mega) RPC 모델이 바로 그 것이다. 쌀산업 미래를 기약하는 기술로 주목된다.

지난 1991년 처음 도입돼 전국적으로 설치된 RPC를 1세대로 분류하고, 2007년부터 가공시설을 현대화한 통합RPC가 2세대, 그리고 앞으로 열릴 3세대가 바로 첨단 AI를 탑재한 u-RPC다. u-RPC는 벼 생산 계획부터 재배관리-수확 후 반입-수매 정산-주문 관리-원료 재고관리-브랜드 쌀 출하-이력관리 등 모든 단계에 디지털 혁신을 적용한 기술이다. 현재 국내 모든 RPC에서는 단순 수치만 입력해 관리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메가 RPC는 20만 가구에 쌀을 공급할 수 있는 5만톤 이상 규모의 광역통합RPC에 주곡인 쌀과 함께 잡곡처리시설(콩, 보리, 밀 등), 특수가공미(배아미, 발아현미, 클린라이스 등), u-RPC, 통합집진시스템 등을 모두 결합시킨 모델이다.

쌀 수확 후 관리 분야 국내 최고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김의웅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쌀 또한 고품질과 안전성, 건강 및 편리성 지향, 안정적인 가격 등 소비자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며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 보급된 1세대 RPC가 우리나라 쌀산업의 시작이었고 도정시설을 현대화한 통합RPC에 이어 인공지능을 융합한 RPC가 쌀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력추적 구축해 소비자 신뢰 확보
그러나 RPC 앞에는 아직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쌀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 특히 수요가 늘고 있는 즉석밥 등 대량 수요처인 식품기업의 품질기준에 맞춘 쌀 공급 체계 또한 미흡하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재고관리 및 내부 경영,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규제에 대응한 RPC 운영의 지속가능성도 확답할 수 없는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RPC가 쌀산업의 골격이라고 하지만 경쟁력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인 것이다. 이 때문에 김의웅 박사는 “RPC가 계속 진화해야 하고 IT 기술을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u-RPC는 쌀산업의 첨단화 시작단계라고 했다. 특히 쌀 품목에서 부진한 이력추적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쌀산업 전반에 걸친 체질개선과 소비자에게 보다 신뢰 높은 쌀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의웅 박사는 “곡물은 수확 후 산물로 처리되면서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이력을 관리할 수 없다”며 “따라서 쌀의 경우 계약재배하는 들녘별 또는 작목반 별로 생산된 벼를 사일로에 구분 저장 관리하면서 도정된 쌀의 백미탱크 단위별로 이력과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력추적시스템에서는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작목반 또는 들녘별로 족집게 식 차별화 관리를 할 수 있고, 시판되는 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대처로 소비자 신뢰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의웅 박사는 “매년 수확기 마다 원료곡(벼) 가격이 급등락하고, 가격경쟁력이 더욱 치열해지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u-RPC와 메가(Mega) RPC 모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생산자인 쌀농가의 안정적인 농업소득과 소비자에게는 고품질쌀을 공급하고 쌀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RPC가 제 역할을 하고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적으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농업농촌 환경보전이 대두되고 있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RPC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며 “따라서 RPC의 인공지능화와 병행해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통합집진시스템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원통합RPC가 지난 2017년부터 u-RPC 시스템 구축을 통해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품질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 확보 위해 u-RPC 구축 앞장”

한식연서 기술 이전받아
청원통합RPC 단계적 적용
전과정 디지털 데이터로 처리
쌀 수율·품질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 에너지도 절감
“예측 가능한 경영구조 갖춰
각종 위험 사전대처 효율적”

#인공지능 ‘u-RPC’ 시대가 열린다 

청원생명농협쌀공동법인의 청원통합RPC가 u-RPC 시대를 열었다. 한국식품연구원(한식연)의 u-RPC 시범사업 현장으로 지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AI 기술과 쌀 이력추적시스템이 구축돼 왔다. 한식연으로부터 u-RPC 기술 이전을 받은 RPC시설 전문기업 (주)아이디알시스템이 현장 시공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손한수 청원통합RPC 상무는 u-RPC를 구축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판단한 것은 소비자 신뢰 확보”라고 말했다. 청원통합RPC의 복잡한 운영 구조 또한 u-RPC 구축에 앞장선 이유라고 했다.

지난 2008년 8개 농협RPC가 참여해 출범한 청원통합RPC는 현대화된 도정시설을 갖춘 RPC 1개소와 건조저장시설(DSC) 16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청원통합RPC에는 일반벼 3260여 농가, 청원생명쌀 1500여농가가 출하하고 있으며 연간 원료곡(조곡) 매입량도 최대 4만톤에 달해 전국적으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다. 

손한수 상무는 “u-RPC가 구축되면서 계약재배 농가와 들녘별로 재배기술을 지도하며 품질을 높이는 등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또한 RPC를 기존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경영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u-RPC가 쌀 생산단계에서부터 수확 후 관리, 소비자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원통합RPC에 u-RPC를 설치한 최보규 아이디아시스템 대표는 “한식연이 주도하는 u-RPC 개발에 참여해 기술이전을 받아 청원통합RPC에 쌀 재배이력, 생산이력, 품질정보 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쌀 수율 및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과 에너지 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정책사업 일환으로 우리회사가 RPC 스마트팩토리를 전문분야로 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니즈에 따라 쌀산업이 u-RPC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통합RPC는 특히 u-RPC를 기반으로 쌀의 식품소재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쌀 증숙 공정을 설치해 각종 가공용 쌀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증숙 쌀은 면, 리소토(이탈리아 쌀요리), 쌀가루 등 가공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수요 또한 증가 추세라고 했다. 특히 수입산 증숙 쌀 대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손한수 상무는 “매년 수확기 농협RPC는 조곡을 최대한 매입해야 하는데, 수확기 마다 시세 편차가 크고 역계절진폭 등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경영을 하고 있다”며 “u-RPC를 통해 예측 가능한 경영구조를 갖추고 각종 경영위험에 사전 대처하면서 운영비용 절감과 효율적 경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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