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양허유형 3’, 2011년 페루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아보카도 양허표상 유형이다. 양허유형 3은 FTA 이행 3년 차 1월 1일부터 해당 상품에 무관세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9년 전 아보카도 양허유형 3에 주목하는 데는 거의 없었다. 30% 관세에서 불과 3년 만에 무관세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검역법상 페루산 아보카도는 수입 금지 품목이었고, 2011년 국내 아보카도 전체 수입량도 402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루 정부 마음은 달랐던 것 같다. 무관세로 전환되던 2013년 6월 페루 정부는 페루산 아보카도 생과실에 대해 우리 정부에 수입 허용을 요청했다. 세계 아보카도 생산량 2위인 페루에선 2003년 칠레와의 FTA 체결 이후 수입과일 점유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수입과일 신대륙’ 대한민국 시장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아보카도는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며 미국산을 필두로 대한민국에 1만 톤 이상이 들어오는 주요 수입과일 품목이 됐다. 2013년 페루 정부에서 요청한 아보카도 수입금지 제외 건은 2019년 9월 결정돼 올해부터 페루산 아보카도도 수입이 가능해졌고, 페루 아보카도의 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아 이달부터 페루산 아보카도가 과일 매장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입금지 제외됐다’는 내용과 함께 ‘세계 2위 생산국에 고품위’, ‘무관세로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우며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선 주한 페루대사와 페루 수출관광진흥청 대표가 직접 나서 페루산 아보카도를 홍보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시간을 다시 돌려 2011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한·페루 FTA 정식 서명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농산물의 경우 커피 이외엔 수입이 미미하고 주요 품목의 대부분이 양허 제외 또는 현행 관세가 유지돼 국내 농산물 피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자화자찬식으로 알렸다.

하지만 2020년 현재 페루산 포도는 칠레와 미국에 이어 3대 수입포도가 돼 있는 등 페루는 대한민국에 과일을 가장 많이 보내는 네 번째 수입국(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1~4월 기준)으로 커졌다. 카드뮴 검출 등으로 미국산 아보카도가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 페루산 아보카도에 대한 시장 파급력이 클 것이란 과일업계 관계자들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거꾸로 대한민국 과일 중엔 과연 페루산 아보카도처럼 수년간 공들이거나 앞을 내다보며 해당국 수입선을 무너트린 품목이 있었을까. 또 2011년 페루와의 FTA 체결 당시 국내 농산물 수입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과는 다른 결과에 대해선 누가 책임을 지고 있을까. 9년간의 페루산 아보카도 행보에 빗대 씁쓸함이 묻어 나온다.

한편 페루 내 아보카도 생산시기에 맞춰 국내에서 페루산 아보카도는 6~10월 본격적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등 국내 주요 과일류는 물론 수박, 참외, 토마토 등 제철 과채류 수확기와 맞물린다.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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