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농식품부, 지자체에 전달 
협의 없이 진행 ‘농가 반발’

평가 항목 대부분 현실과 거리
“질병 예방보다 사육제한 강화”
오리협회 전면 재검토 촉구
농식품부 장관 면담 계획


정부가 오리 사육 농가 및 생산자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오리 농가 위험도 평가 기준(안)’을 만들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평가 기준이 현장과 동떨어진 부분이 상당해 질병 예방보다는 오리 사육을 더 강하게 제한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게 오리 농가들의 목소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만든 오리 농가 위험도 평가 기준(안)을 살펴보면 오리 농가의 ‘방역관리 상태’와 ‘환경 여건’을 설정한 기준에 따라 각각 평가하고,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1~5등급까지 구분한 후, 다시 방역관리 평가 등급과 환경평가 등급을 종합해 농가에 최종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역관리와 환경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각각 △상위 15% 이내 농장 1등급 △상위 16~30% 농장 2등급 △상위 31~45% 농장 3등급 △상위 46~60% 농장 4등급 △상위 60% 미만 농장 5등급을 부여하고, 방역관리 평가와 환경평가 두 부문에서 모두 1등급을 획득한 농가에는 최종 방역관리 등급에서도 1등급을 주는 식이다.

문제는 세부 평가항목과 내용이 국내 오리 농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방역관리 평가의 경우 36개 항목, 55개 문항, 총 배점 362점으로 △자외선을 비롯한 소독 설비를 갖춘 물품 반입창고 설치 △전실 설치 △폐사체 처리 등 평가항목 대부분이 현대화된 농장에서만 실행 가능한 내용이다.

환경평가 기준 또한 총 배점 100점 가운데, 농장이 고립된 지역에 있지 않거나 경작농 겸업농가면 해당 항목 평가 점수를 0점 또는 낮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했다. 또 가족이나 친인척 중 가금 사육 농가가 있으면 가점을 받지 못하는 등 농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리 농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닐하우스 형태 농장도 실질적인 감점 대상이다.

오리 농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 같은 내용으로 평가한 농가 등급을 지자체에서 겨울철 오리 사육제한 농가 선정 및 오리 입식 전 평가요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식품부가 지자체에 전달한 오리 농가 위험도 평가 기준(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오리 농가들의 주장이다.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은 최근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특별방역기간 운영 등으로 오리 농가들이 1년에 6개월 반 정도 오리를 사육하지 못해 소득이 반 토막 난 상황”이라며 “농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오리 농가 평가 기준을 만들어 지자체에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지자체 참고용이라고 얘기하지만, 지자체는 현장 적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평가 기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먼저 비닐하우스 형태 농장을 패널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오리 농가 사육시설 개편 지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리협회는 오리 농가 위험도 평가 기준(안)을 두고 농식품부 방역국 및 장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 오리 농가와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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